[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가을이 깊어가니 낙엽소리 더욱 외롭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무관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울릉도가 그렇다.
지금 울릉도는 한여름 밤 은하수가 부럽지 않은 오징어잡이 배가 연출하는 어화(漁火)와 일주도로변의 척박한 바위틈에서 활짝 핀 보랏빛 해국(海菊)과 노란 털머위 꽃이 흐드러지게 펴 봄 못지않은 들꽃들이 제철을 만난 듯 어김없이 피고 진다.
11월의 울릉도는 단풍으로, 또 오징어잡이배의 어화로, 특별히 아름다운 여행지가 되고 있다.
울릉도는 찌든 생활에서 오는 긴장을 풀고 새로운 원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에 코로나 19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건강을 회복하고 삶에 용기를 얻어 돌아가는 재충전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에는 추워서 가기 힘들고 여름에는 풍랑으로, 가을에는 태풍으로 뱃길이 자주 끊겨 못 간다던 울릉도는 이젠 옛말이 됐다.
지난 9월부터 포항~울릉간 2만t급 대형 카페리선 ‘뉴씨다오펄호’가 운항되면서 울릉 관광에 청신호가 켜졌다.
소형 크루즈인 '뉴씨다오펄호'는 날씨에 상관없이 365일 전천후 운항이 가능해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은 울릉도의 관광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 세다.
이에 울릉군은 전천후 대형크루즈선 취항에 따른 겨울철 관광객이 몰릴 경우 원활한 울릉도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군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한국형 '위드(with) 코로나'시대를 맞아 겨울철 눈꽃 축제등 계절형 맞춤 관광상품 개발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행정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포항,후포, 강릉등 다양한 노선의 선박으로 울릉도에 도착하면 바다위에 소중한 꿈을 가꾸어가는 인정 많은 섬가족들의 왁자한 경상도 사투리에 저절로 마음이 설렌다.
특히 도동은 울릉도 관문이자 관광의 시작점이다. 만남과 이별의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곳으로 왼쪽에는 개척민들의 망향가를 대신 불러주던 망향봉이, 오른쪽에는 2500년의 울릉도 지킴이 향나무가 오가는 손님들을 맞고 있다.
또 육상일주를 위한 관광버스나 관광지를 이동하는 일반 버스, 해상일주를 위한 유람선 등이 다 이곳에서 출발하게 되므로 관광울릉의 중심부이다.
도동항을 비롯한 사동,저동항등 3곳의 여객선 터미널 인근 관광안내소에서는 일정을 안내해 주고, 여행에 필요한 예약과 상담 등을 도와주기 때문에, 가이드가 없는 개별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지도도 얻고, 상담도 받으면서 울릉도에서의 일정을 차분히 꾸려보는 것이 좋겠다.
△ 산으로 둘러싸인 평온한 마을`나리분지’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면적 1.5~2.0㎢ (2.0㎢ = 60만5000평) 동서 1.5㎞, 남북 약 2㎞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나리’마을이란 이곳에 정주했던 사람들이 섬말나리뿌리를 캐어먹고 연명하였다하여 `나리분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차량으로 산을 꼬불꼬불 돌아서 올라가 내려다보는 나리분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답게 평온함을 간직하고 있다. 만삭의 여인의 누운 모습을 닮았다는 형제봉(젖봉)의 산 너머로 해가 살포시 저물면, 인적도 드문 이곳에는 조용하게 평온의 어둠이 깔리 운다.
△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 간직한`성인봉’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 연평균 300일 이상 구름과 안개에 쌓여 신비로움을 더해 울릉도에 왔다면 성인봉(해발987m)을 등반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봉 등반 코스는 크게 대원사 코스와 KBS중계소 코스, 안평전 코스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성인봉에 올라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도동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천부를 거쳐 나리분지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산하여 나리분지 쪽에서 1박을 할 계획이라면 나리분지나 추산 쪽의 민박집 등과 사전에 통화하여 도동 쪽으로 다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찾아두어야 할 것이다.
성인봉에 도달하면 “聖人峰” 이라고 쓰인 돌비석 비슷한 것만 서 있어 고생스런 등반이 허탈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성인봉에서 내려다보는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과,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에서 뿜어져나오는 상쾌한 공기는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성인봉 등반의 백미이다.
중간에 음식이나 물을 구할 장소가 없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코스이므로, 등반시에는 반드시 물을 지참하여야 하며, 좀 쉬운 등반을 원한다면 안평전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성인봉 등정 후, 도동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소요시간 4시간 정도)
△속살 드러낸 관음도
저동항에서 북동쪽으로 5km 떨어진 해상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인 관음도가 있다. 옛날 사람이 살았다는 관음도는 총 면적 7만1,405m²로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섬이다. 울릉도와 교량이 연결돼 있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2년에 완공된 관음도 보행전용 연도교는 울릉군이 총사업비 90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섬이지만 현무암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설계된 것이다.
섬 입구 매표소를 지나 승강기를 타면 연도교가 설치돼 있는 지점까지 금새 올라올 수 있다. 진입 데크에서 출발해 연도교를 건너면 에메랄드 빛 바다와 관음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관음도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매표소 근처에 줄지어 서있는 푸드 트럭에서 울릉도 호박식혜를 구입해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면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을 금세 식힐 수 있다. △ 한국의 사진작가가 선정한 우리나라 10대 비경 태하등대
태하등대 코스는 울릉도의 많은 트래킹 코스 중에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만나는 태하등대 전망대의 풍경은 울릉도에서 단연 최고. 사진가들도 입을 모아 국내 최고의 비경으로 꼽는 곳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의 상록수들이 길 양쪽에 빼곡한 흙길 숲 터널을 약 10여 분 정도 걷다 보면 태하등대가 나온다.
등대가 위치한 대풍령지역은 섬에서 크게 돌출돼 있어 해변과 기암괴석 등 비경을 동시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서쪽과 북쪽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해안선과 절경은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등대 옆에서 바라본 북면 해안의 풍광과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해상유람선 타고 기암괴석 가까이서 관람
섬의 전체를 돌아보지 못한 것이 섭섭하다면 유람선을 이용, 해상일주도 꼭 해볼 만하다.
도동-남양-태하-현포-공암-추산-삼선암과 관음도-저동-도동으로 돌아오는 이 해상관광은 육상관광에서는 보지 못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들을 가까이서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유람선은 하루 전 예약이 필요하며, 그날의 파도에 따라 멀미약을 복용해 두면 보다 멋진 해상관광을 즐길 수 있다.
△도동부두 해안따라 펼쳐진 산책로 절경
도동으로 돌아와서는 천천히 걸어 약수공원과 우리나라 유일의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을 관람하고, 광천수로 쌉싸름한 약수도 맛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전망대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섬의 모습과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우거진 산들, 진한 푸름으로 펼쳐진 바다의 색깔은 가슴마저 시원하게 한다.
특히 도동부두 좌 해안을 따라 개설된 산책로가 절경이다.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사이로 펼쳐지는 해안비경을 감상할수 있다.
해안 산책로에는 행남(杏南)이라는 마을과 이어진다. 이마을 어귀에 큰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해서 살구남으로 전해오고 있다.
마을에서 400m 정도의 거리에있는 행남등대는 뱃길을 밝혀주는 어업인들의 등불이다. 해송사이로 이어지는 등대 오솔길에는 진한 보랏빛 해국과 진노랑 털머위 꽃이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하며 등대에서 저동항 어업전진기지의 절경을 감상할수 있어 더더욱 좋다.
△ 저동항 위판장의 활기찬 아침풍경 매력
울릉도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빼어난 곳이지만 오히려 저동항에서 느낄 수 있는 섬사람들의 다소 거칠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곳이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저동항 촛대바위에서 태양을 맞이하는 울릉도의 아침풍경은 과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특히 밤새 오징어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방금 솟아오른 태양을 등지고 저동 항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 만선의 기쁨을 축하하듯 하늘에선 갈매기들 멋진 춤사위를 연출한다.
오징어 배를 기다리던 아낙네들은 배가 도착하면 또 다른 그들만의 하루가 시작된다. 위판 장에서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경매를 마친 오징어들은 아낙네들에 의해 손질이 이뤄진 다음 건조 과정을 위해 또 다시 이동하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위판장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길이 130m나 되는 위판 장에 온통 오징어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수십 명의 아주머니들이 재빠른 솜씨로 오징어 내장을 분리하는 모습이 육지 사람들에겐 또 다른 볼거리다.
매일 이곳은 특별한 새벽을 닫는 사람과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저동항의 아침. 항구의 위판 장에서나 맛볼 수 있는 사람의 끈적끈적한 정과 사랑이 오징어만큼 풍성하게 느껴진다.
△깨끗한 바다와 원시림은 울릉도의 맛 책임져
오징어와 해산물이 유명하지만 지천에 깔린 약초를 먹고 자란 흑염소와 약소고기 요리는 전국 어디에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육질을 자랑한다.
또 명이나물과 부지깽이 같은 산나물, 호박엿은 두말할 나위 없고 닭 한 마리를 바닥에 깔고 전복, 소라, 홍합, 석화, 문어 등을 산처럼 쌓아 올린 해계탕과 전복, 소라, 홍합에 갖은 채소를 넣은 삼해밥이 별미다. 산나물과 약초의 섬 울릉도에서는 밥 한 끼가 보약임에 틀림없다.
△ 짧은 일정의 아쉬움은 트레킹 코스로! 울릉도는 둘러봐야 할 곳과 해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짧은 일정으로 울릉도에 왔다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섬 일주 유람선 또는 버스 일주 관광, 독도 방문, 도동항 주변 산책 코스 등으로 여행 일정을 마무리 짓는데 이는 울릉도의 반의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일주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형언할 수 없이 맑은 바다와 해안 절벽의 절경을 끊임없이 볼 수 있다.
또한 내수 전에서 석포 전망대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울릉도 북쪽과 동쪽 대부분의 절경을 발아래에 두고 원시림 숲속을 거닐 수 있는 숨겨진 보석과 같은 구간이다.
이 등산로가 시작되는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 정상에는 울릉도 최고의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고 길을 따라 계곡과 직벽, 내륙으로 통과하다보면 깊은 계곡 중간에는 소담스런 쉼터가 등산객을 기다린다.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차거운 물한잔을 마실수 있어 등산코스로서 일품이다. 특히 울릉도 고로쇠 및 너도 밤나무등의 나뭇잎에 해풍이 영향을 미쳐 곱게 물든 단풍이 우리나라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비경이 장관을 이룬다.
덕분에 낙엽소리도 외로운 늦은 가을! 울릉도는 찾아 볼만한, 그리고 만나 볼만한 멋진 여행지로 여행객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ksg@heraldcorp.com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로부터 제공받은 것입니다)
ks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