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의견수림 뒤로한채…일반시민 이용 찬성여론 조성
서울시가 지역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고가 공원화 조성사업’의 초기단계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또다른 비난을 사고 있다. 삶의 터전에 위협을 받는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은 뒤로 한 채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일반 시민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2일 서울역고가 시민개방행사를 진행한데 이어 ‘서울역고가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는 시민개방행사에서 시민 1만명이 서울역고가를 찾았다고 홍보한 반면 200여명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는 사실에 대해선 침묵했다. 시민들이 서울역고가를 보행공간으로 활용하는데 찬성한다는 여론만 부각한 셈이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는 다른 공모전과 달리 수상자를 무려 25명이나 선정했다. 시의 또다른 역점사업인 마포석유비축기지 공모전과 비교하면 수상자(12명)가 2배 이상 많다. 되도록 많은 시민을 끌어들여 서울역고가의 공원화 조성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는 공모전에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같은 녹색보행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살린 원광연 씨의 ‘도보환승센터’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하고, “조경을 전공한 창업자답게 서울역고가가 가진 주변과의 네트워킹 기능을 한마디의 키워드로 살려낸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문제는 시가 서울역고가 인근 주민의 의견 수렴에는 인색하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파행되다시피한 주민설명회는 두달째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주민설명회에선 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추진 발표에 주민들이 대거 반발하면서 성토의 장으로 바뀌었다.
서울시의회도 무리하게 강행하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조성사업에 회의적이다.
박기열 시의회 교통위원장은 “철거하기로 했던 서울역고가를 어느 날 갑자기 공원화하겠다고 불쑥 발표한데 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10여년에 걸쳐 지역 의견을 수렴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2008~2012년 서울역고가를 철거하고 서울역을 횡단하는 교량을 신설해 도시경관과 교통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13억원을 들여 용역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역사 현상변경에 대한 문화재청의 심의를 마치고, 서울역철도횡단을 위해 철도시설공단과 협의도 지속해 왔다.
박 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쳐 혈세를 들여 계획해왔던 사업을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