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인터뷰
정부 2025년까지 8.9만명 인재양성
인력공백 현실은 피할수 없는 숙제
대기업 ‘중기인력 빼가기’ 자제해야
양질의 인력 공급 정책지원 절실
제2 벤처붐이 꽃봉오리를 틔울 무렵인 올해 2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꽃길’ 걷는 자리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제1 벤처붐 이후 쌓여 온 현안과제를 떠안고 해결해가야 할 부담스런 자리.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포인트모바일 대표)은 그렇게 해서 ‘소프트웨어(SW) 인력 10만 양병설’의 주인공이 됐다.
강 회장은 정치권이나 관가와 협의할 자리만 있으면 “SW인력이 당장 10만명은 필요하다”는 말부터 꺼낸다. “요즘 벤처기업 대표들끼리 만나기만 하면 SW인력 얘기를 합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인도나 베트남에서 데려와야 하느냐, 아니면 우리가 본사를 인도로 옮겨야 하느냐는 얘기까지 나와요. 벤처 4만곳에서 당장 부족한 인력이 10만명입니다.”
강 회장은 지난 4월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도 SW인력 부족 현실을 건의, 지난 6월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2만1000명 등 2025년까지 총 8만9000명의 인재를 키운다는 것인데, 빠르디 빠른 ICT 세계에서 2, 3년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양성되는 만큼 당장의 인력공백은 피할 수 없다. 답은 교육개혁 뿐. 그래서 그는 주무부처인 산업, 과기정통 뿐 아니라 교육부까지 상대해야 하는 짐을 떠안았다. 강 회장은 교육개혁과 대·중기 간 상생으로 인력수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대학교육을 받은 인재도 뽑아보면 현장에서 바로 활용이 안 됩니다. 2년여는 회사에서 다시 교육시켜야 일을 할 정도죠. 이렇게 힘들여서 3~5년 키워 써먹을만 하면 대기업에서 경력직으로 뽑아가 버립니다. 중소·벤처기업은 언제까지 대학이 하지 않는 교육기관 역할을 해야 합니까. 인력난은 구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데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실전에서 활용할 정도로 가르치는 대학이 몇 곳이나 되느냐”며 “특성화대학 등으로 전환해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기업과의 인력갈등도 상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에서 나이 등의 이유로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진 인력이 있다면 중기에 공급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빼갈 게 아니라 양질의 인력을 양성·공급할 수 있게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강 회장은 국내 제조·수출 벤처가 위축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LG의 휴대폰 시장 철수 이후 왜곡되고 있는 전자산업 생태계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회장만 해도 2006년 산업용 PDA 개발사인 포인트모바일을 창업해 국내 휴대폰 시장의 굴곡을 다 지켜봤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휴대폰 관련 기업이 200여곳 있었는데 지금은 다 고사했습니다. 특히 LG가 휴대폰 사업을 접은 이후 전자 부품업체 등 전자산업 생태계 위기가 심각합니다. 반면, 중국은 휴대폰으로 먹고 사는 업체가 2000곳이 넘습니다. 전자산업이 중국으로 기울면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기반도 함께 위태로워지는 겁니다.”
플랫폼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제2 벤처붐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작년 창업기업의 98.2%가 내수기업입니다. 수출은 1.8%밖에 안합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커 왔는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등을 보면 다 내수형 플랫폼 기업이예요. 플랫폼도 산업발전 등 선한 영향력 끼칠 수 있지만, 너무 산업흐름이 플랫폼으로 가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역설적으로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제3 벤처붐’이다. 제2 벤처붐이 화두인 것은 제1 벤처붐이 사그라들었기 때문. 닷컴버블이 문제가 되면서 제1 벤처붐이 수그러들었다. 제2 벤처붐은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주장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플랫폼기업에 대한 일반규제도 핀셋규제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반적인 규제를 해버리면 산업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후에 제3 벤처붐 왔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지금의 붐을 이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규제환경이 바뀌어야 합니다. 창업기업들도 내수에 안주하지 말고 대만이나 이스라엘처럼 글로벌 시장을 향해 적극 나가야 합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