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병원 “타업무 마비” 불만
“날짜 바꿔달라 항의 전화”에 곤욕
목·금에 몰려 평일엔 물량 폐기도
전문가들 “희망자만 재조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정일이 앞당겨지고 새롭게 예정된 백신 날짜를 재조정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개인병원들의 업무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목요일과 금요일에 백신을 맞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주중에 잔여 백신을 올려도 당일 개봉된 백신 공급량을 채우지 못해 폐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개인 병원 의료진은 백신 접종 날짜를 단축한다는 정부 발표를 미리 공지 받은 게 아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때문에 이들 병원에서는 앞당겨진 날짜를 받은 뒤 ‘(새로 공지받은)날짜를 다시 변경해 달라’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매일 속출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 통보로 매일 단축된 백신 날짜를 바꿔 달라는 항의 전화로 북새통을 이룬다”며 “백신 접종 자체로도 백신 외 병원 업무를 보기 어려운 판에 수십 통의 전화까지 신경 써야 해 업무가 마비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또 다른 이비인후과 의료진 역시 “2차 백신 접종을 앞둔 이들의 접종 예정일이 1~2주가 앞당겨져서 일정을 또 바꾸는 건 우리 몫이 됐다”고 호소했다.
앞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난달 27일 4분기 접종계획을 발표했다. 접종계획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인 11일부터 해당 백신의 2차 접종이 예정된 대상자들은 접종 간격이 기존 6주에서 5주로 1주일 단축된다. 다음달 8~14일 2차 접종 예정자의 접종 간격은 4주로, 2주가 줄어든다.
문제는 주말과 가까운 목·금요일에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이들이 많아 나머지 날짜인 월요일에서 수요일 사이에 백신 물량이 많이 남는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백신 접종을 진행하는 한 개인병원 관계자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백신을 맞으려는 환자들이 많아 다른 날을 찾아야 하는 시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 백신은 식염수로 희석한 뒤 1 바이알 당 약 6명에게 나눠 접종한다. 같은 mRNA 백신은 모더나 백신은 1 바이알당 약 10명에게 접종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의 경우 각각 1 바이알 당 10명과 5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알 개봉 후 해당 백신을 6시간 이내에 사용하지 못하면 폐기 처분된다는 점이 문제다.
용산구의 개인병원 관계자는 “당일 예정된 백신 접종자 인원 현황에 따라 매일 개봉하는 백신 물량이 달라진다”며 “가령 화이자로 예약된 인원이 8명 정도면 화이자 바이알(병)을 하나 더 개봉해 나머지 2명에게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 그러면 추가로 개봉한 바이알로 접종 가능한 백신 4회 분량에 대해 잔여 백신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잔여 백신을 예약했어도 ‘노쇼’를 하거나, 예약 인원이 당일에 남은 백신 물량만큼 채워지지 않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백신 접종일 단축에 대해 희망자에게만 접종 날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민들이 기존에 백신 2차 접종일을 예약한 배경에는 휴가, 업무 등 개인 일정을 고려해서 정한 것이어서 이를 급작스럽게 앞당기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며 “이미 6주 간격으로 백신을 접종 받은 이들에게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원하는 사람에게만 접종 일정을 재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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