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17주째 고공행진
가격 상승·물량 부족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이사철 앞두고 전세대란 우려하는 목소리 커져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고삐를 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대출마저 막힐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은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 재건축 이주수요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내놓은 사전청약 확대 조치가 청약 대기수요를 양산해 전세난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새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극심했던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17주 연속 0.2%대 중반을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둘째 주에는 0.39%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상 전세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철에도 0.3% 안팎의 높은 상승률 흐름이 꺾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일상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신규 전세물건이 줄어든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로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속속 전환하면서 전세 물량은 쪼그라들었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전셋집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수급 불균형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는 전국 기준으로도 지난해 7월 이후 1년째 기준선을 상회하고 있다.
가뜩이나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으로 전셋집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무주택자들은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겨우 전셋집을 구한다고 한들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진 것이다.
실제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서류 심사를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일부 은행은 신규 전세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난해 11·19전세대책 이후 이렇다 할 후속조치 없이 전세시장 불안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택공급 확대에만 집중하다가 공급 시점까지 임대차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수요자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장 불안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으나 정부는 임대차법 도입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되레 자화자찬해왔다. 최근 정부가 전세가격 이중구조 등을 해결할 대책을 찾고 있다며 전세대책 발표를 예고했으나 당장 물량을 확보할 만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의 매매가격 상승을 전세가격이 후행하고 있는 상황에 여러 규제가 더해지면서 가을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전세 불안을 쉽게 풀어낼 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집값은 전셋값보다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무주택자의 매매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지난달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전국 66.9%, 서울 55.3%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이래 가장 낮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 전환이 어렵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 3.3㎡당 평균 시세는 2000만원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