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시인의 시집 서문에는 “홀로서기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홀로 선다는 것은 무엇일까? 구청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되 자신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간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역설적이지만 ‘함께 홀로서기’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함께 홀로서기’ 위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갓난아기 때야 말할 것도 없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죽음 앞에서 홀로서기 어려운 역경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거나 기대한다. 이렇게 서로를 위해 이뤄지는 모든 관심과 따뜻한 손길, ‘돌봄’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
최근까지도 우리는 그 돌봄을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적 영역의 문제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초고령 사회 등 인구·가족 구성의 변화는 돌봄의 개념을 한 개인 및 가족의 과제가 아닌 국가와 지방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고민해 나가야 하는 공적 영역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돌봄은 개인의 생존과 사회 존속에 필수적이다. 돌봄 없이 성장 할 수 없고, 사회적·경제적 활동도 못 한다. 더 나아가 돌봄은 단순히 보살핌을 제공하는 일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동등한 삶을 살아가게 한다.
이처럼 돌봄이 개인이 사회 안에서 건강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목적대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돌봄이 잘 작동하기 위한 연결망을 마련하고 돌봄 서비스를 필수적 공공재, 보편적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긴급보육,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돌봄 공백을 메우려 노력했으나 개별적 제도 운영 및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 부족 등으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상황은 여전히 미흡한 공적 돌봄의 사각지대를 노출했다.
앞으로의 돌봄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본인이 원하는 사회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독립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2018년 정부가 돌봄과 의료, 복지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사업을 마련해 16개 지자체에서 시작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런 지역사회 기반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 및 인력 확충에 대한 통합적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정책을 이끄는 주체로서 민간기관, 시민단체, 주민까지 모두 포함하는 수평적 연대와 협력이 가능한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역 내 시설·기관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 자원봉사 등 유·무형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평등한 돌봄, 함께 홀로서기’ 위한 고민과 관심이 더욱 간절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감염병이 아닌 무관심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홀로 설 수 있는, 그리하여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돌봄이 가득한 세상이길 희망한다.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jycaf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