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가석방 11일만에 발표
180조→ 240조 규모도 확대
“선제 투자 시급...위기감 의식”
“2018년보다 더 위기다.” 삼성그룹의 초대형 투자 계획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대규모 투자 결정이란 큰 틀에선 유사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투자 규모는 더 커졌고, 위기감도 더 고조됐다.
이번 투자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11일 만에 발표됐다. 앞서 2018년에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후 6개월 뒤에나 나왔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주요 경영진을 만난데 이어, 이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해 삼성전자 사업부문별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모든 절차가 11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그만큼 투자 계획 수립이 시급했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은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간 패권 경쟁 가열’, ‘국내외 비상상황’, ‘국가안보산업으로 급부상’ 등의 표현과 설명을 상세히 추가했다. 특히 반도체를 두고는 “공격적 투자가 사실상의 ‘생존전략’”이라고까지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2018년 발표 당시엔 이처럼 위기 상황을 세밀하게 정리하고 표현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신속하게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시기가 늦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올해 1분기에 TSMC나 인텔 등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업체는 대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 실행에 돌입했다.
TSMC를 추격하는 후발주자로서 삼성은 선제 투자가 불가피한데, 사법 리스크에 묶여 선제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파운드리 투자 확정 발표 시기가 계속 지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법 리스크가 없었다면 이미 올해 1분기께 주요 투자가 집행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18년보다 투자 규모도 한층 커졌다. 180조원에서 60조원 더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투자 규모 역시 130조원에서 180조원으로 늘었다. 당시엔 향후 3년 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5G, 바이오사업 등을 투자 분야로 꼽았다. 그 중에서 AI와 5G에 집중, AI 연구인재 1000명 확보나 세계 최초 상용화된 5G 시장의 과감한 투자 등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와 바이오가 핵심이다.
투자 발표의 주제도 차이가 있다. 2018년엔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이란 이름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면, 이번엔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란 이름으로 공개했다. 반도체나 바이오 모두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부각된 분야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추진했던 신사업 중 태양전지나 LED도 투자 시기를 놓쳐 결국 실패했던 사업”이라며 “신속히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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