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에도 시세차익 기대감 커

사전청약이 집값을 더 자극한다는 지적도

청약 당첨 후 시세 안오르면 본청약 전 포기 의견 다수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며칠 전 대학 후배인 A모 씨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부동산 기자를 하는 내 생각이 났다는 거다. A씨의 질문은 간단했다. 청약해서 당첨되면 얼마나 더 오르겠냐는 거였다. 토지보상도 안 끝내고 하는 사전청약이라 본청약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고, 입주는 일러도 5년 이후에나 가능해 집값을 예상하긴 쉽지 않다고 기본적인 정보만 전달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다. 사전청약을 하려는 상당수가 청약하면 최소 수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로또청약 기대감’은 강남 인기지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사전청약요? 집값 안오르면 본청약 포기할래요’ [부동산360]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공사 현장에 사전청약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

3995가구를 모집한 3기신도시 1차 사전청약 특별공급에 4만명이나 몰린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시세보다 별로 싸지 않다며 고분양가 논란까지 있었던 물량이고, 성남 복정지구를 제외하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지만 사람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 1차 사전청약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15.7대1로 최근 5년간 평균 경쟁률보다 6배 높다.

정부는 “3기 신도시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부담 가능한 저렴한 가격 등의 주된 이유”라고 했다. 몇몇 전문가는 “폭등하는 주택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사전청약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수많은 인터넷 ‘내 집 마련’ 관련 커뮤니티에서 3기신도시 사전청약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시세차익’이다. 인천계양, 남양주 진접 등 분양가가 시세보다 결코 싸지 않아 불안하지만, 일단 사전청약에 당첨된 이후 주변 시세가 오르지 않으면 본청약 전에 포기하면 그만 아니겠느냐는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전문가는 “많은 무주택자가 일단 ‘안심보험용’으로 청약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본청약 전 상황이 달라지면, 얼마든지 불이익 없이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 전까지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건, 정부가 사전청약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을 묶어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청약요? 집값 안오르면 본청약 포기할래요’ [부동산360]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신규택지 사전청약 접수처 모습. [연합]

반대로 많은 전문가는 사전청약 흥행이 또 다른 집값 불안 요인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청약시장에 인파가 몰리면 해당지역 시세가 오르게 마련이다. 분양가 수준은 집값으로 고착화하고, 입주시점을 고려한 웃돈까지 보태 거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청약에 몰린 사람들은 해당지역 주택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입증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진 공식 중 하나는 ‘로또청약-청약 흥행-주변 시세상승’ 패턴이었다. 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공급한 지역에,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몰린 사람들로 인해 해당 지역이 들썩이더니 결국 주변 시세도 그 전보다 훨씬 더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3기신도시 청약 결과에 대한 기사에 한 네티즌은 “조만간 탈락자들이 아파트 매수시장으로 뛰어들 텐데, 7월부터 ‘매물잠김’도 심화한다는 데, 볼만하겠네”라고 댓글을 달았다. 집값 상승 기대감을 확인한 이상 청약 대기자들이 결국 매수시장에 몰리면서 집값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다.

본청약보다 1~2년 먼저 하는 사전청약이 주택수요를 더 조급하게 하고, 시장의 수급상황을 더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사전분양이 투기 혹은 가수요를 유발하고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청약제는 2009~2010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도입해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던 제도(당시는 사전예약제)다.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청약을 하게 했는데, 사전예약 이후 본청약까지 평균 4년, 최장 8년이 걸렸다. 사전예약 당첨자 1만3000여명 중 실제 입주한 사람은 40% 정도인 5000여명에 불과했다.

이번에 실시하는 사전청약제는 다를까. 토지보상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담당 업무를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원 투기 의혹 사태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 변수는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시장 불안 요인은 여전하고 사전청약 흥행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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