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돌아보며 아무 걱정 없는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 달을 돌아보면 별다른 뉴스 없이 평온한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포퍼가 한 말이다. 문제없는 일상이 불가능함을 직관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잘사는 국가나 못사는 국가나 문제는 늘 문제는 있다. 2021년, 대한민국 공동체 앞에 놓인 문제는 가볍지 않다. 워낙 오래되고 익숙해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해 둔감해져 버린 문제들을 확인하고, 해결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다. 주위에 늘 있는 문제들, 이 모두에 야단법석 떨 일은 없지만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명백한 문제를 앞에 두고 쩔쩔매어서는 개인도, 공동체도 미래는 없다.

“함께 못사는 나라로 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지식인의 진단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낯설게 봐보자. 몇 가지 문제가 금방 드러난다. 단군 이래 가장 좋은 투자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해 아르바이트로 지낸 것도 이제는 오래된 얘기다. 낮은 출산도 문제, 급격한 고령화도 문제다. 30대까지도 사회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을 두고, 우리 사회는 급격히 늙어간다. 복지지출에, 연금지출에 각종 사회보장성 경비의 급증이 예견되는 상황에 청년실업에도 재정을 투입해야 할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을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대안까지도 수렴해보려는 야심 찬 기획이다. 많은 과제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봉착한 과제가 많고, 간단하지 않다. 많은 과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번 기회에 내놓고, 따져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부와 국회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꽤 오랫동안 사회문제와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이를 오히려 키워왔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문제를 키워 낭패를 본 경험이 최근에도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정책도 그랬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화끈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해보겠다던 시도도 그랬다. 서민의 통신비를 잡겠다고 호기 있게 도입했던 단통법은 수많은 사람에게 부담과 피해만 준 채 사망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착각은 국회의원의 귀를 막고 정부의 눈을 막아 거친 정책을 별다른 실험도 없이 도입한 무모함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한상공회의소의 시도는 그동안의 국가정책의 모순과 실패를 따져보고 반면교사로 삼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이 제안한 국가발전 프로젝트를 전문가가 검토해본 후 시장과 기업, 사회의 동학에 깊은 이해를 가진 기업인들이 들여다보고, 멘토링해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다듬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와 문제해결은 다르고, 지금 대한민국이 봉착한 어렵고 모순된 많은 문제해결을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와 식견을 도외시한 정부만의 노하우로는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가 2021년, 대한민국 사회가 봉착한 모순을 해결해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방향타를 제대로 수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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