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악화에 관세 부담…HAAH “사업 포기”

유력 인수후보 잃은 쌍용차…아직 희망업체 없어

이달 말 인수의향서 마감…최악 시나리오 우려도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평택출고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평택출고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준비 중인 쌍용자동차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지목됐던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가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달 말 인수의향서 마감시한을 앞둔 쌍용차 입장에선 국내 중소업체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에 따르면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이하 HAAH)는 수십만 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한 예비 딜러들과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고 금명간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듀크 헤일(Duke Hale) HAAH 회장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SUV 제조기업과 계약을 맺고 런칭한 VANTAS를 비롯해 소형 SUV ‘T-GO’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자동차와 부품 등 모든 부문에서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파산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산 기피 현상과 미·중 관계 악화, 자동차 관세 부담이 HAAH의 몰락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HAAH가 설립된 지난 2014년 미국의 중국차 관세율은 2.5%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25%로 치솟았다. 월가 투자자들은 2019년 주식시장을 큰 폭의 조정장으로 몰아넣었던 ‘무역전쟁’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HAAH가 1년간 체리(Chery)와 합작 투자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딜러와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타이자동차(Zotye Automobile)와 별도 수입 계약을 종료한 이후 추진했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전략도 올해 4월 무산됐다.

HAAH의 핵심 인사인 가렛 베일리(Garrett Bailey) 전략 담당 부사장과 밥 프래진스키(Bob Pradzinski) 판매 담당 수석이 퇴사하면서 판매 전략마저 길을 잃었다.

HAAH 오토모티브 로고.
HAAH 오토모티브 로고.

헤일 회장은 “경직된 미·중 관계로 인한 악영향을 통제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가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HAAH에 희망을 걸었던 쌍용차 역시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인수 의향을 보인 국내 중소업체들이 규모와 능력 면에서 M&A 업계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인수 이후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 동원력에도 의문부호가 여전하다.

현재 쌍용차 인수 후보로는 HAAH오토모티브와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꼽힌다.

쌍용차는 공익채권 부담을 줄이고자 9000억원 규모의 평택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2026년까지 6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 유력한 인수희망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분위기는 냉랭하지만, 매각공고 마감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마감일에 임박해 인수의향서를 접수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쌍용차가 42년 만에 평택공장을 매각하고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현실화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앞서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들이 1조원 이상의 예상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