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3일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장소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도심인 서울 종로구 종로3가로 기습적으로 옮겨 집회를 치렀다. 다음날 방역 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당시 기준으로 주말에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743명)가 그날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해당 집회 관련 확진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다 집회 2주가 지난 지난 17일에야 “집회 참가자 중 총 3명이 확진됐다”며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질병관리청은 다음날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증상 발생일을 고려할 때 높지는 않으나 최장 잠복기 즉, 14일 범위 이내에 있어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애매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경찰도 미적지근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집회가 끝나자마자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5일 주최자, 주요 참가자 등 6명을 입건,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경찰은 지난 7일 양 위원장을 부르기는 했으나, 여의도동 일대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 등 지난 5~6월 열린 여러 집회에 대한 감염법 위반 혐의 등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지난 18일까지 해당 집회 관련 조사 대상자 중 단 한 명도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참가자 동선 파악을 위한 통신 정보 요청도 이동통신사들에게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집회 때에도 종로3가 일대에 8000여 명이 모였는 데에도, 야권으로부터 제대로 해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사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집회일 발생자의 2배가 넘는 1614명(14일 0시 기준)까지 치솟았다.
민주노총은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확진자 발생이 확인된 뒤인 지난 18일에도 “집회에서 감염이 됐다면 잠복기가 2주 가까이 된다는 것인데 기존 조사 연구 결과를 볼 때 이러한 확률은 매우 낮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경찰의 대응은 코로나19 대응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과 지난 14~15일, 이틀간 서울에서 벌였던 ‘1인 차량 시위’에 대한 그것과 대비된다. 당시 비대위는 “집합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각자 몰고 나온 차의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이틀간 시위에 각 750여 대와 300여 대(이상 주최 측 추산)가 참가했다.
경찰은 이번에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시위 전인 지난 14일 오전 해당 시위를 미신고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 도심에 검문소를 25개 설치하고, 27중대 규모의 경력(警力)을 투입해 집결을 막았다. 지난 16일에는 시위 주최 측에 집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내사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양측 집회에 대한 대응을 자꾸 생각해 봐도, ‘잣대’가 어느 한쪽에만 엄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문득 생각났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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