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없는데 ‘있는 손님’ 눈치 보랴

자영업자 진땀…“단골이라 어떡하나”

“들여온 고기 되팔 수도 없어” 울상

지난 12일 오후 6시에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특수부위 고깃집. 손님이 아무도 없는 모습이다. 김영철 수습기자
지난 12일 오후 6시에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특수부위 고깃집. 손님이 아무도 없는 모습이다. 김영철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김영철 수습기자]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날,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서울 시내 일부 음식점에서는 테이블 쪼개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 강화 조치로 벌이도 줄어든 상황에서 손님들의 무리한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 12일 오후 6시를 막 넘긴 시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깃집. 혼자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던 손님 한 명이 두 명이 앉은 테이블에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서로 일행이었지만 ‘2+1’로 테이블을 각각 쪼개서 앉은 것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장 A씨는 “오후 5시50분에 단골 세 분이 오셔서 당황했는데 손님 쪽에서 먼저 쪼개 앉으면 된다고 했다”며 “저렇게 서로 아는 척을 하니 민망하다”며 멋쩍어했다. 그러면서 “잘 아는 사이에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 고깃집뿐 아니라 거리의 다른 음식점과 술집에서도 2+1로 쪼개 앉은 일행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오후 10시를 조금 넘기자 음식점과 술집이 즐비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로데오거리 일대에는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고양시에서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 B씨는 “오후 6시께부터 콜 수가 평소의 70%였지만 생각보다 크게 줄지는 않았다”며 “어차피 둘로 쪼개져도 밥 먹을 사람, 술 먹을 사람 다 먹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6시 이후)사적모임 아니면 손님 3명을 태워도 괜찮다니 합승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라는 말이냐”며 “반대로 3명을 안 태웠다가는 승차 거부가 될 수도 있으니 유권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강남역 9번 출구 뒤편 먹자골목은 일주일 전과 달리 썰렁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부가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 완화 발표로 기대감이 높아졌던 터라 타격은 더욱 크다는 입장이다.

강남역 인근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철우(41) 씨는 “원래 이 시간대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오늘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전기세라도 벌려고 오늘 식당을 열게 됐다”며 “원래 6명이었던 종업원도 저 포함해서 2명으로 줄였다”고 토로했다.

같은 거리 한 특수부위 고깃집에는 오후 6시 기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고기를 전시하는 냉장고 안에는 고기만 가득차 있을 뿐이었다. 사장인 황선화(43) 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거리두기가 완화돼 밤 12시까지 장사를 이어 갈 수 있을 줄 알고 재료를 대량 주문했지만 하루아침에 상황이 뒤바뀌었다”며 “재료를 파는 이들도 사정이 힘든 건 마찬가지여서 환불도 못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식당 전단지를 돌리던 박모(75) 씨의 손에는 아직도 돌리지 못한 전단지가 한 묶음이나 있었다. 그는 “지금이 (오후)7시30분인데 이게 저녁 풍경이냐”고 되물으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바글바글했던 강남 거리가 지금은 널널하기 그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하루 2만~3만원 벌던 이 일거리도 잘릴 까봐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카페 사장 정현숙(65) 씨도 “이 시간대에 층당 열 테이블 이상은 있는데 지금은 반토막이다”며 “거리두기 발표가 격상한 이후 매출 9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월세도 비싼 이곳에서 남은 2주일 동안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