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19~20세기 초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영국과 러시아가 벌인 ‘그레이트 게임’이 이번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간 신(新)그레이트 게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밀리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신경을 쓰는 사이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과 본격적인 경제 밀착에 나서고 있다. 막대한 에너지를 보유한 자원부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주요 타깃이다.
최근엔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무역로, ‘신(新) 실크로드’ 구축에 163억달러(약 17조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시아에 철도, 도로,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신 실크로드 사업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 주석이 처음 제안한 구상으로, 지난 4일 중앙재경영도소조 제8차 회의를 주재하던 중 구체화된 계획이 논의됐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경제공동체 ‘관세동맹’에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가입시키려던 러시아의 이해와 충돌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경제 제재와 경기 성장 둔화에 시달리고 있어 이들 구소련국가의 협력을 끌어오기 어려운 상태다. 투자 규모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가 타지키스탄에 약속한 투자액은 60억달러로,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달한다. 반면 러시아 정부가 지난주 타지키스탄 농촌지역 원조로 제공키로 한 자금은 670만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가 힘으로 자국 영토를 병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친(親)중국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왕립국방연구소(RUSI)의 새러 레인 연구원은 “러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선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이 러시아에 등을 완전히 돌리지는 않더라도 중국이 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