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단체장 238명 전수조사

1인당 평균 농지 1.6억원 규모

단체장 106명 법률상 ‘농업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기초지자체장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원 농지소유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연합]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기초지자체장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원 농지소유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연합]

지방자치단체장 두 명 중 한 명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고위공직자보다 농지 보유율이 높은 데다 면적 자체도 농가에서 평균적으로 보유한 데 비해서도 적지 않은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기초·광역 지자체장과 광역지방의회 의원들의 농지 소유 현황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3월 25일 기준)에 재산이 공개돼 있는 광역지자체장 15명, 기초지자체장 223명, 광역지방의원 818명 본인과 배우자의 전, 답, 과수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산을 공개한 광역·지자체장 238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셈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광역·기초지자체장 238명 중 122명(51.2%)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농지는 51.21㏊(약 15만8201평)로 축구장 약 72개와 맞먹는 규모에 총 199억7000만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지자체장 1명당 평균 1억6400만원 상당의 농지 0.4㏊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농지 보유율은 국회의원이나 다른 고위공직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에서 올해 국회의원 농지 보유율 27%, 고위공직자 38.6%로 분석한 바 있다.

광역지자체장보다 기초지자체장의 농지 소유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재산이 공개된 광역지자체장 15명 중 농지를 보유한 지자체장은 5명(33.3%), 면적은 0.76㏊인 반면 기초지자체장 223명 중 117명(52.4%)이 51.45㏊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자치단체장 중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농지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장은 전남 함평에 농지 0.33㏊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비싼 농지를 갖고 있는 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이었다. 송 시장의 배우자는 제주시에 평당 가격이 약 65만원인 농지 0.14㏊을 보유해 2억7200만원 상당이다.

광역지방의회 의원 818명의 농지 소유율은 46.8%(383명)로 지자체장의 농지 소유율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인당 평균 보유 면적과 가액은 각각 1인당 0.5㏊, 평균 가액 2억4100만원으로 지자체장보다 높게 나타났다. 광역지방의원 중 10억원 이상의 고가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의원이 18명, 평당 가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16명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이들이 보유한 농지 가격에 주목했다. 이들은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들의 경우 농지의 평당 가격이 7만~8만원, 최대 15만원 이상이면 농지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기 힘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보유한 1인당 평균 농지 면적은 작지 않은 규모라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전체 농가 48%(2019년 기준)에 해당하는 48만7118가구가 경지가 없거나 0.5㏊ 이하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법상 농지 0.1㏊ 이상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사람을 ‘농업인’으로 정한 점을 감안하면 광역자치단체장 4명(80%), 기초자치단체장 102명(87%), 광역의원 344명(89.5%)는 농업인으로 규정될 정도로 농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상속 농지 중 1㏊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광역의원 49명(5.9%), 기초지자체장 15명(6.7%)이 이를 넘겼다.

경실련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업무강도와 공직에의 헌신 요구 등에 비춰 농업인을 겸직하는 게 가능하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등 공직자의 농지소유와 관련한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실제로 경작하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