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철호 KPGA 경기위원장 대행은  남자 1부투어 경기위원중에 최고참이다.
천철호 KPGA 경기위원장 대행은 남자 1부투어 경기위원중에 최고참이다.
지난해 부산경남오픈부터 156명이 출전하는 대회가 7번째로 열린다.
지난해 부산경남오픈부터 156명이 출전하는 대회가 7번째로 열린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요즘 아라미르 대회장을 포함해 경남 지역에 비가 많이 왔습니다. 경기 진행을 잘 살펴 무사히 마쳐야 할 텐데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천철호(65) 경기위원장(대행)은 걱정이 앞선다. 목요일(8일)부터 경남 창원의 아라미르 컨트리클럽(파71 7206야드)에서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이 열리는데 대회 기간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장마는 한반도 남부 지방을 강타하고 있다. 2019년 창설되어 올해로 3년 째를 맞은 이 대회는 KPGA투어로는 시즌 8번째이고 총 156명이 출전한다. 156명은 이달 중순 열리는 디오픈, 세계 최대 메이저 대회인 남녀 US오픈의 정원이다. US오픈은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메이저 대회라 하루 해가 가장 긴 하지 무렵을 택하고, 디오픈도 영국에서 날이 가장 좋다는 7월 중순에 열린다. KPGA는 그보다 절박한 이유로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르고 열린 첫 대회(부산경남오픈)에서 156명을 처음 시도한 이래 올해까지 몇몇 대회에서 최대한의 필드 사이즈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올해 17개를 치르는 남자 투어로서는 가급적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서 몇몇 대회를 풀 필드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156명이 출전하는 풀 사이즈를 시도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156명이 출전하는 풀 사이즈를 시도했었다.

이번 주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하우스 디오픈(총상금 10억원)이 120명이 출전하는 3라운드 포맷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남자 대회 정원이 36명이나 많은 데다 72홀 경기에 상금은 여자 대회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대회숫자가 적으니 어쩔 수 없다. 많은 선수들이 매 라운드 경기를 마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천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경기위원이 경기장을 동분서주해야 한다. “경기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정한 룰 판정이고, 두 번째는 원활한 대회 진행입니다. 경기 때는 위원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고생을 합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은 김주형의 우승으로 마쳤으나 대회 나흘간은 날씨와의 악전고투였다. 짙은 안개와 비로 인해 대회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으나 4라운드 72홀을 천신만고 끝에 치러낸 점은 칭찬받을 만했다. 대회 첫째날 오후 4시에 짙은 안개로 경기가 중단됐다. 1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71명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둘째 날은 설상가상으로 악천후였다. 아침부터 폭우에 안개가 끼면서 대회를 중단하고 재개하기를 무려 8번, 이는 KPGA투어 사상 무척 드문 일이었다.

지난달 SK텔레콤오픈이 열린 제주도에서 포즈를 취한 천 위원장 대행.
지난달 SK텔레콤오픈이 열린 제주도에서 포즈를 취한 천 위원장 대행.

천 위원장은 “SK텔레콤 측은 예비일까지 준비하면서 코스와 운영에서 한 차원 높은 대회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면서 “경기위원회도 대회를 이어가려고 애를 썼는데 주최 측에서 그런 타성을 깨려고 한 점 때문에 모두가 한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해 출전 선수 150명이 2라운드를 마친 건 토요일 오후 5시가 지나서였다. 경기위원회는 72명까지의 컷 통과자를 대상으로 밤 7시 반부터 3라운드를 시작했다. 인-아웃 코스 3인 1조로 12개 조를 편성해 10분 간격으로 출발시켰다. 하지만 일몰로 경기를 중단할 때까지 챔피언 조는 3개 홀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일요일도 아침 6시 30분부터 경기를 재개했다. 가장 늦게 출발한 챔피언 조가 경기를 마친 시각이 오전 10시 48분이었다. 하지만 경기위원회는 이미 9시 반부터 4라운드 첫 조를 출발시켰다. 매 라운드마다 핀 위치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경기위원회는 챔피언 조를 뒤따르면서 4라운드 핀을 새로 만들었다. 심지어 5번 홀에서는 3라운드 챔피언 조가 지나간 직후 4라운드 핀을 만들고 있을 때 10번 홀에서 출발한 4라운드 첫조 선수들이 바로 앞인 3번 홀 그린에 올라갔을 정도였다. 피말리는 시간차 홀 세팅이었다. 그렇게 마지막날 코스 세팅을 마치고 나서야 경기위원들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최근 천 위원장을 통해 경기위원들의 코스 세팅과 경기 진행과 관련된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SK텔레콤오픈 마지막날 3,4라운드가 조변경 없이 진행되어  챔피언조는 33개 홀을 라운드했다.
SK텔레콤오픈 마지막날 3,4라운드가 조변경 없이 진행되어 챔피언조는 33개 홀을 라운드했다.

- SK텔레콤오픈에서 라운드 별 핀 위치들은 어떻게 설정했나? 첫날은 선수들이 어려워할 정도로 난도를 높였다(1라운드를 마치고 언더파는 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 3라운드에서는 경기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무난한 위치에 꼽았다. 4라운드는 날씨가 좋아 선수들의 미세한 기량을 가릴 만큼 난도를 가장 높였다. - 경기가 중단되는 조건으로 강풍은 그린에 올라간 공이 흔들릴 때이고, 비는 그린에 물이 잠겨 퍼팅이 제대로 안 될 때다. 그렇다면 안개는 얼마나 짙어야 경기를 중단하나?티샷을 치려는 데 드라이버 샷이 떨어질 지점이 안 보이면 티샷 전략을 짜기 어렵기 때문에 게임의 방해요소가 되어서 중단 조건이 된다. 따라서 대체로 시야로 300야드 정도는 보여야 경기할 수 있다. - 대회장에 안개가 낀다면 혹시 코스의 가장 높은 지대로 올라가서 경기를 시작해도 되나? 예컨대 올해 US여자오픈은 10번 홀이 아닌 9번 홀에서 인 코스를 시작하던데? 선수 이동 동선을 감안해야 하지만 한 라운드는 1번 홀이나 10번 홀이 아닌 어느 홀에서 시작해도 된다. 그건 경기위원회가 정하는 데 따른다. 예를 들어 1번 홀 그린이 물에 젖어있다면 2번 홀부터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 핀을 꽂을 때 반지름 1미터의 원 안이 평평한 곳이면 어디든 설정할 수 있나? 우리는 대체적으로는 그린 가장자리에서 3야드 이상은 띄운다. 미국의 어느 메이저 대회에서는 그린 가장자리에서 2야드 지점까지 꼽은 적이 있었다. 만약 그린 끝에 핀이 있는데 그 주변으로 내리막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홀이 된다.

부산경남오픈 포토콜에 참여한 강태영, 엄재웅, 김주형, 이재경, 허인회, 이지훈, 최민철, 문경준. 비로 인해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했다.
부산경남오픈 포토콜에 참여한 강태영, 엄재웅, 김주형, 이재경, 허인회, 이지훈, 최민철, 문경준. 비로 인해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했다.

- SK텔레콤에서 마지막 라운드는 3라운드 조편성을 그대로 가져갔는데? 경기를 마치면 한 시간 이상 쉴 시간을 주는데 이번에는 30~40분밖에 줄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에 경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3라운드가 진행되는 도중에 4라운드 첫조를 출발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짧은 휴식이기 때문에 조편성을 바꾸지 않았다. - SK텔레콤에서는 4번 홀이 543야드의 파5 홀에서 498야드 파4 홀로 변경되어 파71코스로 치렀는데 이번 대회도 그런가? 홀 거리를 세팅하는 건 경기위원회의 권한인데 얼마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도록 하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다. SK텔레콤에서는 PGA투어 대회처럼 500야드 가까운 파4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도 파71 코스이고 5번 홀은 500야드 파4다. 보통 때는 파5 홀이지만 프로 대회에서는 파4로 치른다. 공정하지만 어렵게 세팅하는 게 경기위원회의 노하우다. - 아마추어 골프에서 진행상 파3 홀에서 ‘웨이브(wave)’를 준다. 그런데 SK텔레콤오픈에서 파4, 5홀 티나 페어웨이에서도 적용하지 않았나? 잘 사용하지 않지만 프로 대회에서 진행을 위해 그런 방식도 적용한다. 티잉 구역에서 대기하는 조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다. 그린이 비기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페어웨이에서 옆으로 빠져서 다음 조 티샷을 먼저 하도록 한다. - 지난 KB금융리브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이 슬로플레이로 벌타받은 상황은 어떻게 진행됐나? 다른 투어 규정보다 엄격하지 않다. 플레이 속도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선수들이 앞 조와 간격이 한 홀이 빌 정도거나 파5 홀에서 정위치를 이탈할 때 처음엔 선수에게 주의를 준다. 그리고 티샷은 50초, 다음 선수는 40초에 샷을 마치도록 한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1벌타를 준다. 다음 대회에서 또 슬로 플레이를 하면 2벌타를 주고, 다시 걸리면 실격시킨다. 이는 한 시즌이 마칠 때까지 적용된다. 선수 자신이 벌타를 받으면 다음에는 고치려 노력해야 한다. 샷을 하려다 풀고, 다시 셋업하는 등 루틴이 반복되면 본인은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천 위원장은 대학 1학년인 1974년에 뉴코리아 연습장 프로실에 근무하면서 골프를 처음 배웠다. 그리고 골프 용품업, 판매업 등을 하다가 1996년에 KPGA의 준회원이 됐다. 이후 주로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쳤고, 1999년에 경기위원이 됐다. KPGA투어 1부 리그 경기위원 중에는 22년째로 가장 고참이다. 협회 사정으로 인해 부위원장이지만 경기위원장 업무를 연말까지 대행하고 있다. “제가 경기위원이 될 때만 해도 지회장이 경기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회에 나오는 위원들이 룰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합니다. 상황에 맞게 빨리 룰 적용을 해야 하고 또 진행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죠.” 요즘 경기위원을 선발할 때면 협회에서 선발 과정을 엄격하게 따진다. 경기위원의 판정 하나에 선수의 인생이나 상금이 크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천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일기예보로 인해 대회 진행에 차질이 있을까 조심스러워했다. US오픈이나 디오픈과 같은 최대 정원 156명이 치르는 대회에 비가 예보된 상황인만큼 원활한 진행이 어려울 것임은 충분히 예상된다. 라운드가 중단과 재개되고 다음날로 이어지더라도 감안해주어야 한다. 이 대회를 나오기 위해 156명이라는 선수가 땀흘려 연습했다. 대회를 차질없이 마치기 위해 8명의 경기위원이 새벽부터 코스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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