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더 뉴 K9’

기아의 플래스십 대형세단 ‘더 뉴 K9’이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외관은 스포티해졌지만 VIP를 위한 배려라는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언제 어떤 순간이라도 탑승자의 안락함을 지켜내는 세심한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29일 더 뉴 K9 출시 기념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여해 3.3ℓ 가솔린 터보 모델을 시승해봤다. 처음에는 대형 세단인 만큼 보다 부드러운 주행질감의 3.8ℓ 자연흡기 모델을 시승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3.3ℓ 가솔린 터보 모델로도 새로운 K9의 가치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더 뉴 K9은 기아의 자존심 K9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보통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꾸민 듯 안 꾸민 듯’ 기존 모델에 화장을 더하는 수준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쟁작인 현대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그랬듯이 더 뉴 K9도 앞뒤는 물론 실내까지 완벽 변신을 꾀했다.

전면부를 중심으로 외관 디자인은 스포티함을 더하는데 중점을 뒀다. ‘회장님 차’로 부리던 대형세단의 중후함은 세련미와 역동미로 대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에서 확인된다. 2층을 쌓여있는 구조였던 기존 헤드램프가 좌우로 길고 날렵한 모습으로 변했다. 이제는 첨단 최신차량의 필수 품목이 된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Y자 형태의 주간주행등(DRL)은 볼보의 ‘토르의 망치’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보다 더 볼드하고 존재감 있는 눈매를 만들어낸다.

보다 웅장해진 라디에이터 그릴도 눈에 띈다. 각 완성차 업체는 보다 차체를 넓고 웅장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그릴의 크기를 키우고 있는데 K9도 예외가 아니다. 브이(V)자 형태가 반복되는 그릴 패턴은 메탈 느낌의 포인트 장식까지 더해져 플래그십 세단의 고급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새로 바뀐 기아 엠블럼이 세련미를 더했다.

흔히 플라스틱 부분만 바꾸는 페이스리프트임에도 헤드램프 형상이 바뀌다 보니 전방 펜더의 모양도 변했다. 무광과 유광이 조합된 크롬가니시가 적용돼 프레스티지 디스턴스(Prestige Distance)가 보다 길어보인다.

기존에 다소 둔중해보였던 테일램프는 좌우로 길게 하나로 이어지면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크롬 테두리가 삭제돼 보다 젊은 감성이 느껴지는 점도 좋았다. 온라인 상에서 “생선 가시 같다”는 평가를 들었던 내부 그래픽도 실제로는 첨단 이미지를 자아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 시트는 퀼팅 패턴이 적용돼 고급스러웠다. 대시보드 중간을 가로지르며 도어패널까지 이어진 리얼 우드 트림은 진짜 가구를 연상시켜 기존 어느 모델과 비교해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면 14.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내비와 컨텐츠 정보를 동시에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운전석 및 조수석 뒷편에 마련된 모니터는 뒷자리 탑승객이 주행상황을 확인하고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포천의 한 카페까지 이어지는 약 50㎞의 시승 코스를 내달리면서 새로운 K9의 정숙성에 놀랐다. 현대차그룹의 대형세단이라면 어느정도의 NVH 성능은 당연히 갖췄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느낌은 기대 이상이다.

급커브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에도 단 한치의 불쾌한 승차감을 느낄 수 없었다. 바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 덕분이다. 드라이브모드를 ‘스마트’에 놓고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아닌 일반 주행상황에서 켜지는 이 기능은 전방의 가속 및 감속 상황을 예측해 미리 최적의 기어단으로 변속해준다. 가령 급커브에서는 알아서 기어 단수를 낮춰 브레이킹 없이도 감속 후 코너를 진입해 다시 빠른 속도로 코너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속 카메라가 감지되거나 전방차에 가까이 접근 할 때에도 엔진 브레이크를 미리 사용해 급제동을 막는다.

PGS의 기능이 첨단자율보조기능(ADAS)와 결합되면 향후 자율주행으로 연결되는 기술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더 뉴 K9의 최고 덕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면서도 자신의 주 타겟 소비층이 원하는 안락함을 놓치지 않은 ‘절제력’에 있다. 더 뉴 K9의 성능과 첨단기능, 합리적 가격이라면 제네시스 시리즈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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