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7일 대리인을 통해 최근 보도된 장모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의심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처가와 관련해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는 윤 전 총장이 결혼을 하기 전 일도 있고, 수차례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부분도 있다. 윤 전 총장이 부인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역시 10년 전 일이지만,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이다. 사실이라고 해도 윤 전 총장과 직접 관련성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검찰 수사 상황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검찰과의 유착’을 언급한 것은 모순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로 인해 청와대가 검찰이 갈라서기 전까지 시기를 떠올려 보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가 ‘적폐’로 지목한 사건 수사 책임자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의사실이 보도됐고, 그 중에는 무죄가 나온 사건도 적지 않다. 직권남용 혐의를 확장한 ‘사법농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 수사방해 사건에서는 피의사실 유출로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언론은 범죄혐의를 구성하는 정도의 사안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사건 관계인도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온다면 거기에 대해 반박하거나 기사 내용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에 그치지 않고 ‘수사상황 보도는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말은, 적어도 윤 전 총장이 내놓기에 부적절하다.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지만, 윤 전 총장의 진짜 뼈아픈 지점은 처가 문제가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거치면서 ‘특수수사’ 규모를 지나치게 키웠다는 점일 것이다.
‘적폐청산’을 국정 원동력으로 삼았던 문재인 대통령도 모순이긴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임하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고 공개 비판했다. 검찰총장도, 감사원장도 직을 버리고 대선에 직행하는 것은 분명 나쁜 선례다. 하지만 그 지적은 시민의 몫이고,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할 때 청와대는 “공공 부문 내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내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 신뢰 받는 정부를 실현해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야만 검찰개혁을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5촌 조카가 기업사냥을 하고, 배우자가 자금을 댄 사실이 밝혀져 유죄판결이 이어지는데도 ‘검찰권 남용’을 주장한다. 자신은 검찰개혁 희생양이라고 한다. 조 전 장관을 향해 ‘마음의 빚을 졌다’고 하던 문 대통령은 인사권을 행사해 보복한다. 정치인 출신 법무부장관들은 수사지휘권과 징계권을 남발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덕분에 윤 전 총장은 권력에 맞선 피해자로 정치적 자산을 얻을 수 있었다. 무죄 판결이나 불기소 처분을 받고도 ‘적폐’로 낙인찍혀 별다른 입장 하나 못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기가 막힌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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