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개념미술가 라이언갠더 ‘변화율’展

스페이스K 서울서 9월 17일까지 전시

라이언 갠더, 따뜻하니 노곤하다, 또는 불법 거주자들 ‘고양이 스모키가 조각가 조나단 몽크의 ‘풀 죽은 조각2(2009)’를 만났을 때, wood, latex, resin, synthetic fur, paint, animatronics, 10.2 x 50.8 x 34.3cm, 2020 [스페이스K 제공]
라이언 갠더, 따뜻하니 노곤하다, 또는 불법 거주자들 ‘고양이 스모키가 조각가 조나단 몽크의 ‘풀 죽은 조각2(2009)’를 만났을 때, wood, latex, resin, synthetic fur, paint, animatronics, 10.2 x 50.8 x 34.3cm, 2020 [스페이스K 제공]

미술관에 고양이 떼가 나타났다. 작품을 올려놓는 좌대 위를 점령한 이들은 인간들 관심사 따위 알게 무엇이냐며 평온히 낮잠을 즐기고 있다. 배가 오르락 내리락 숨 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예술작품을 만나기위해 미술관까지 찾아온 수고가 하찮게 느껴진다. 그렇다, 고양이님들이 쉬시겠다는데!

살아있는 고양이도, 고양이를 박제한 것도 아니다. 실물 고양이를 모델로 인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은 영국 개념미술가 라이언갠더의 개인전 ‘변화율’을 개최한다. ‘나의 작품은 시각적 만족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인지적 기쁨을 주는 작품’이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동시대인이라면 눈치챌만한 ‘기호’들의 향연이다.

고양이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올라선 좌대다. 원통, 사각, 제각기 다른 높이의 좌대들은 브루스 매클린, 에바 헤세, 수잔 힐러, 조나단 몽크 등 논쟁적 작품을 내놓았던 기라성 같은 현대미술조각가들의 작품에서 차용했다.

그러나 이것이 예술이냐 아니냐하는 인간사 따윈 안중에도 없는 고양이 로티, 타이거, 삭스, 스모키의 모습을 보면 한껏 심각했다가 웃음이 터져나온다. 차용한 원작과 색상이나 느낌이 비슷한 고양이들이라는 것도 또다른 관람 포인트다.

그런가 하면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의자엔 흰 눈이 소복히 쌓였다.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이들 의자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권력과 자본이 있어야만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결국 뒤집어 진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다.

가벽엔 쥐가 구멍을 팠다. ‘난 다시는 뉴욕에 가지 않을거야’는 일견 ‘시골쥐와 서울쥐’이야기가 떠오른다. 작가는 뉴욕 미술계에서 겪었던 엘리트주의와 속물주의를 비판하며 제작한 작품이다. 또다른 가벽의 끝에선 현자 생쥐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딸의 목소리로 녹음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겸손한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귀를 기울여야한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예술이란 하나에서 출발해 여러개의 끝을 가진 것이다. 수많은 끝이란 관객 개개인을 말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시장은 거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탐정놀이 하듯 제목에 숨겨진 단서를 따라가다보면 따뜻한 지적유희가 가득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