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없이 오래 살고자 하는 소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숙원(宿願)이다. 서양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라 하여 양질의 음식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훌륭한 처방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이라 하여 음식이 가진 건강 증진과 치유의 효과를 믿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봄에는 메밀과 조, 생기 있는 봄나물로 몸을 보했으며, 여름에는 녹두와 율무로 소모된 체력을 증진시켰다. 가을에는 쌀과 기장으로 비염과 변비 증상을 개선했으며, 겨울에는 팥과 수수로 해독 및 면역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급격한 온·습도의 변화로 육체적·정신적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환절기에는 제철 잡곡을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건강을 꾀했다.

잡곡은 마그네슘·철·아연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B·E, 식이섬유 등을 함유해 각종 성인병과 변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미처 건강을 돌보지 못해 생활습관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잡곡은 건강한 삶과 영양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이다.

웰빙 식문화 확산과 잡곡의 건강기능성이 부각되면서 지난해 국민 일인당 ‘기타 양곡’ 소비량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8.7㎏을 기록했다. 이 추세는 간편히 섭취할 수 있고 우수한 건강 기능 성분을 갖춘 새싹작물의 소비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새싹작물은 신선편의식품과 일반식품 등으로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데, 지난해 새싹보리의 국내 시장 규모만 해도 약 1000억원에 달할 만큼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새싹작물은 종자를 싹틔워 키운 어린잎과 줄기를 가진 작물을 말한다. 종자가 어린잎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활발한 대사 작용이 일어나며 종자에는 없던 고유한 기능성 유용대사체 물질들이 다량 생성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들이 여러 가지 질병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싹보리는 고지혈증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알코올성 지방간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새싹밀은 알코올성 간 손상과 혈중 지질 개선, 고혈압 경감에 효과가 있으며 새싹귀리는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새싹작물의 기능성 물질 증진과 최적 생산기술 등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업체와 기술 이전, 업무협약 등을 통해 제품 개발과 실용화 방안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식량작물 재배단지와 산업체의 계약재배를 추진해 국내 농산업의 연계를 강화하고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식량작물 건강기능성 연구가 국내 소비 확대와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나아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식의약품 소재로 개발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