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화석연료 의존 탈피’ 생존의 문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환경 규제의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혁신해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친환경 산업으로 알려진 배터리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배터리의 원료와 소재·부품 기업들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모색해야만 선진국의 이른바 ‘녹색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유럽 기업에 한해 탄소배출을 강력히 규제했지만 최근 탄소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들에게까지 탄소국경세 부과를 예고하며 전 세계 탈탄소 경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EU 신(新) 배터리규제’를 통해 환경친화적 배터리만 유럽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선포했다.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이른바 ‘착한 배터리’에만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존 케리 미국 특사도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중인 자국 산업보호와 국제 탄소배출량 감소 장려를 위해 탄소국경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에도 독일을 방문해 미국 정부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흐름에 편승해 글로벌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에 적극적인 기업들과 거래하려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애플과 BMW 등은 납품 전제조건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거나 화석에너지 사용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 기업에게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전기로 공장을 가동하거나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 등에 집중하며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청주공장의 전력 30%를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 프로그램 ‘녹색프리미엄’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사용해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드는 등 폐배터리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발굴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사업장의 전력 100%를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제품 생산부터 폐기물 관리까지 전 과정 평가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 관리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