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가능성 희박한데…하위 공무원까지 등록 ‘행정력 낭비’
市, 5급 이상·6급 이하 인허가 관련 부서는 이미 등록 의무有
서공노, “사각지대 있는지 파악 후 적재적소에 확대하는 게 순리”
‘직계존속·직계비속 고지거부권’ 삭제…“500만 명이 다 등록하란 소리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일명 LH사태 이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을 놓고 서울시공무원과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재산 등록의무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15일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재산 등록의무자를 공무원 전원으로 일괄 규정하는 이번 개정안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 재산 등록제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보완·강화하는 방법부터 찾는게 순리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현행 재산 등록의무자 대상 범위가 협소하다면 사각지대부터 조사해 적재적소에서 확대하는 게 순서”라며 “덮어놓고 법부터 만들고 투기 가능성이 희박한 하위 공무원들까지 유무형의 모든 재산(증권·토지대장·은행계좌 등)를 매년 등록하라고 한다면 행정력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5급 이상은 전부, 6급 이하 모든 분야의 인허가 관련 공무원이 재산을 이미 등록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당장 서울시 감사과 조사위 인력 또한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시 공무원 전원이 재산 등록을 하게 될 경우, 감사과 조사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관련 업무 담당이 조사담당관 윤리사무팀이 팀장 포함 5명이다. 전체 공무원 대상으로 재산 등록 범위가 확대되면, 10명 안팎 인원의 과 단위로 담당 조직을 확대해야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이 ‘직계존속·직계비속 고지거부권’을 삭제한 점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직계존속 고지거부권이 삭제되면, 가족 중 공무원 한 명만 있어도 온 가족 재산을 다 등록해야 한다”며 “공무원 당사자 전체로 범위를 확대한 것도 지나치게 광범위한데, 딸린 가족까지 모두 등록하면 대상자가 500만 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노조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직자 가운데 소속기관에 재산을 자체 등록하고 있는 인원은 현재 130만 명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등록할 재산조차 없다’는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선 특히 더 큰 한탄이 새어나온다. 한 서울시 20대 공무원은 “서울시 공무원이지만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지도 알 수 없다. 일한 지 얼마 안 돼 재산이 천 단위도 안 되는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부터 받게 되니 씁쓸하다는 반응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법조계 역시 해당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한결의 1차 검토의견에 따르면,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헌법소원 등이 제기됐을 시 위헌무효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추후 2차 법률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공노는 15일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뒤, 이달 말까지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연대서명을 진행한다. 이달 말에는 한국노총 공직자윤리법 개정반대 투쟁본부를 출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