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더워지고, 마스크는 답답하다. 여행사와 시내 민속주점 직원의 한숨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국인다운 흥이 살아나지 않고 그리운 사람들과 정담할 기회가 부쩍 줄어든 대신, 무미건조한 일 얘기만 하거나 SNS만 들여다보는 일상이 이어진다.
지난해에도 ‘여름 전에 좋아지겠지, 가을엔 괜찮을 거야’ 했다가 해를 넘겼고, 백신 소식이 들리자 ‘상반기엔 끝날 거야’ 했지만 어느새 상반기는 고작 20여일 남았다. 다시 연말을 거론한다. 이 어리석은 희망고문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안개 자욱하던 앞길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주 중 우리도 접종률 20%에 도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16개월을 돌아보면 과학과 오만·편견이 빚어낸 ‘유사과학’, 방종과 절제, 과소평가와 침소봉대 사이의 갈등이 숱한 시행착오를 빚었다. 특정 집단의 오만은 대유행을 빚었고, 방역 외적인 몇몇 정책 실패는 전반적 불신을 조장했으며, 미움 때문에 과학은 배척된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접종 예약률은 60대 이상에선 80%대로 괜찮지만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과학 아닌 모종의 맹신·오만 때문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 단체가 백신의 위험성을 침소봉대하더니, 평균연령 40대인 어느 특수직역의 접종 예약률은 절반을 겨우 넘겼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각에선 ‘이상 증상 때문에 위험하다’는 편견과 ‘걸려도 죽지 않을 건데 주사 왜 맞아?’라는 오만도 보인다.
코로나 백신의 이상 증상에 의한 사망은 현재 100만명 중 1~2명이다. 95%의 코로나 백신 예방률은 80%대 독감 백신보다 훨씬 높다.
화이자가 좋다더라 하는 제조사별 편견도 있는데, 접종률 높은 유럽 실태조사 결과, 화이자의 이상 증상 발생률이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약간 더 높다.
우리는 목도했다. 20~40대를 중심으로 플로리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마스크 없이 놀다가 코로나가 크게 창궐한 미국과 브라질은 각각 61만명, 47만명이 죽었다. 인구 대비 사망률에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한국의 50배나 된다.
집단면역력 확보는 인류의 목표이자 백신의 목표다. 인구의 70% 이상이 접종하지 않으면 백신 효과는 떨어지고 목표달성은 어려워진다. 맞은 자와 안 맞은 자 간 불신의 벽도 높아져 다양한 갈등도 야기될 것이다.
‘과학이라는 헛소리-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의 저자 박재용은 “백신 접종은 사회적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2차 세계대전보다 더 큰 피해를 줬다고 하니, 사회적 방화벽은 국방이다.
호국의 성패는 접종률에 달렸다. 그는 특정 집단의 맹신, 대체의학에 대한 신봉, 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이용 등을 실패 유발 유사과학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봤다.
대한민국은 올가을 집단면역을 목표로 한다. 부작용의 침소봉대, 건강하다는 오만은 내 가족, 연인,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는 ‘오만과 편견’의 저자 제인 오스틴의 말을 빌릴 것도 없다.
숨통 확 트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깨동무 하고 가을 단풍구경하면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면 백신을 꼭, 흔쾌히 맞아야 한다. 백신은 삶의 회복이고, 사랑이며, 애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