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새협상보다 기존협정 간소화”

“백신원료 수출규제 풀자” 대안 제시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유예를 반대하고 나서 관련 논의가 장기화될 거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남부 프랑스 지방에서 사람들과 만남을 갖는 장면. [AP]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유예를 반대하고 나서 관련 논의가 장기화될 거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남부 프랑스 지방에서 사람들과 만남을 갖는 장면. [AP]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을 유예하자는 미국 입장에 정면 반발하고 있어 백신 지재권 유예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는 미국의 백신 지재권 유예안 대신, 지재권을 보호하면서 백신이 부족한 국가에 백신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최근 큰 피해를 보이고 있는 인도 등을 중심으로 지재권 면제 요구가 높지만,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하는 가운데 영국과 EU 회원국들은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WSJ에 따르면 EU의 대안은 백신과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어 백신 제조 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필요한 경우 각국 정부가 백신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 방안, 세계무역기구(WTO)가 백신 수출 관련 규제를 감독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EU는 다음 주 이런 내용을 담은 대안을 WTO에 공식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다음 주 백신 지재권 유예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EU는 지재권 면제 협상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WTO의 지재권협정(TRIPS) 조항을 간소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RIPS에는 비상사태 시 특정 조건에서 특허권을 제한해 각국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EU는 초안에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할 협상 대신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옵션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의 지재권 면제 반대 논리는 대형 제약사들과 유사하다. 지재권을 유예하더라도 단기간 백신 생산을 늘릴 수 없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추가 연구개발 등의 동기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초안은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무역 체계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 확대와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와 우크라이나 등 백신 재재권 면제에 찬성하는 나라가 점점 늘고 있지만, WTO는 컨센서스(의견일치)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협상이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WSJ는 전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