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고에 ‘접종자 휴가’ 확산

인력난 소규모 업체 ‘그림의 떡’

코로나 백신 접종자 수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휴가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휴가 도입이 대기업에서 중견·스타트업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유급 휴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남의 일’이라는 푸념이다. 이를 두고 ‘백신 휴가 양극화’라는 말까지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와 LG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휴가제를 실시한 데 이어 현대차와 SK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IT 업계 전반과 스타트업으로도 확산했고 전자상거래기업(e커머스) 기업 티몬, 위메프에 이어 쿠팡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백신 휴가 도입을 결정했다. ▶관련기사 5면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는 접종자는 의사 소견서 없이 접종 후 최대 이틀간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백신휴가제를 도입하고, 민간 부문에서도 해당 내용을 따라 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업무나 작업량이 규칙적으로 돌아가기보다 들어온 주문에 따라 일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난이 심각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대표, 관리직들도 생산라인에 손을 보태도 빠듯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백신 휴가까지 가게되면 예상치 못한 인력 손실은 감당해야 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사람이 없어서 숙련 직원 1명이 3~4명 몫의 일을 하고 있다”면서 “백신 휴가까지 도입하게되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하루하루 수입으로 살아가는 배달 노동자 등 특수 고용직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하루를 쉬게 되면 자신의 수입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백신휴가를 도입하게 되면 납품 기일을 맞추기 빠듯할 수도 있다”며 “요즘은 중소기업에서도 연간 휴가를 다 소진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휴가가 모자라다고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백신휴가를 따로 도입하지 않아도 백신 접종자를 배려할 수단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로 말했다.

이에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선 중소기업이나 특수고용 종사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대기업 등 인력 관리에 여유 있는 곳은 각종 리스크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있는 반면, 지금도 인력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더 힘든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에서 백신 휴가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 측에서도 이같은 기업 상황에 대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