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거에 광고라고 하면 TV나 라디오를 켜면 나오는 광고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이는 우리가 접하는 광고의 극히 일부다.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용자의 이목을 끄는 자리에는 배너광고가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면 우리가 찾고자 했던 정보보다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이 광고된 상품이나 서비스들이다.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 삽입된 영상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다. e-메일을 열면 광고메일이 쌓여 있고, 아무리 스팸 처리를 해도 광고문자는 멈추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광고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5.4% 성장한 18조1338억원이다.

광고는 끊임없이 고도화되고 있다. 컬럼비아로스쿨의 팀우(Tim Wu) 교수는 광고를 ‘주의력사업(The Attention Merchants)’이라고 설명한다. 광고의 고도화는 소비자의 주의력을 좀더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초창기 광고는 상품의 장점을 멋진 문구와 그림을 통해 소개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이러한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별화된 광고의 시대다. 인터넷에서 신발을 검색하면 어느 순간부터 방문하는 사이트의 배너광고들이 모두 신발 광고로 바뀌는, 신기하고 오싹한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개인화된 모바일기기가 일상화되면서 개인의 온라인활동은 쿠키나 로그 기록으로 저장된다. 이러한 행태정보들을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떤 가격대의 어떠한 성격과 내용의 상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지, 또 어떤 시간대에 구매가능성이 큰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그 개인에 대한 맞춤형 광고, 즉 판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광고가 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광고 고도화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예측이다. 데이터 기반 분석 및 예측이라는 접근법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딥러닝 등 각종 알고리즘 및 학습을 통해 사업자들의 경험 및 통계적 분석에 기반한 기존의 분석 및 예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인공지능을 소비자 및 그 구매 성향, 이력 등 각종 개인 및 행태정보의 분석에 도입한다면 그 소비자가 가장 구매 가능성이 큰 상품 및 서비스를 제시해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상품의 다양성과 공급은 증가하고 소비자의 주의력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소비자의 주의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한 고도화된 광고활동을 통해 소비자 기만 및 오인에 기반한 부당한 구매 유도가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 정부에서 마련 중인 ‘전자상거래에 있어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안이나 이미 입법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상에서 상품의 노출, 배열 등에 관한 기준 및 지표를 공개하거나 약관에 명시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들이 꼭 인공지능에 기반한 광고 및 판촉활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고 고도화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면, 위 규제들은 인공지능을 통한 광고 고도화 알고리즘의 주요 지표나 방법론의 공개 의무로 작동할 것이고, 이는 현재 인공지능 투명성 규제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소비자의 구매패턴과 성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그에 적합한 광고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것인가? 오히려 소비자 스스로도 정확히 알기 어려운, 본인이 선호하는 상품을 정확히 파악해 추천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는 아닌가? 인공지능 기반 광고 규제에 있어서 이에 대한 열린 논의가 먼저 필요해 보인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