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단발 머리의 여성이 거울 속 자신을 모습을 살핀다. 백지 위에 자화상을 한 획씩 그려 나간다.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작품을 살펴보기도 한다.
여성 화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초의 인공지능(AI) 로봇화가 ‘아이다(Ai-da)’가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이다. 훤히 드러난 로봇팔만 아니라면 외형부터 작품 결과물까지 영락없이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영국 디자인박물관에서 최근 AI 아티스트로봇 아이다가 그린 자화상을 소개하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는 아이다의 자화상 3점을 비롯해 아이다의 작품이 소개된다. 오는 8월까지 작품이 전시된다.
‘AI 아티스트’로 알려진 아이다는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아츠(Engineered Arts), 옥스포드대, 리즈대 과학자, 연구진이 2년간의 개발을 거쳐 2019년 선보인 최초의 로봇예술가다. 아이다는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의 이름에서 따왔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딸로,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졌다.
아이다의 전시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열린 첫 전시회에서는 작품 경매를 통해 100만달러(약 11억1600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자화상은 아이다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직접 그린 작품이다. 아이다의 눈은 아이다가 본 것을 복제할 수 있는 카메라다. AI 알고리즘의 해석을 거쳐 아이다의 로봇팔이 제어된다. 작업을 재현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각각의 자화상은 고유의 창작물이다. 아이다는 사람 실물 크기로 눈을 깜빡이거나 제스처를 취하고 말을 할 수 있다. 여성의 목소리로 구현된다.
아이다는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작품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아이다는 “45분에서 1시간15분이 걸린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인 에이단 멜러(Aidan Meller)는 BBC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다는 미래 기술의 이용과 남용, 그것이 제기하는 위험, 실제로 우리가 어떤 미래로 가고 있는지에 관해 질문할 수 있게 해준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와 관련된 토론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