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수억회분 생산 예정
삼바 “설비 구축 중…국내 공급은 정부간 협의사항”
전문가 “국내 공급 물량 확답받지 못해 아쉬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mRNA 백신이 생산되게 되면서 국내 백신 수급 상황도 보다 안정화될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위탁생산이 의미는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순 병입 단계에 해당하는 점, 국내 공급 물량을 확정받지 못한 점 등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삼바,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수억회분 순차 공급=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부와 제약사들은 지난 21∼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백신 파트너십 행사 등을 통해 백신 생산·연구 분야에서 총 4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보건 위기에도 한국의 대규모 백신 생산능력을 이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러 협력 방안 가운데 국내 백신 수급에 영향을 줄 내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다.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밝힌 이번 계약 범위는 위탁생산 공정 가운데서도 원료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최종 형태로 만드는 완제 공정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산된 모더나 백신 원료에 대해 바이알(유리병) 무균충전부터 라벨링, 포장 등에 이르는 완제 공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수억회분의 백신은 미국 외 지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생산 물량은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두 회사 간 협약에 따라 구체적인 생산 물량은 밝힐 수 없는 단계”라며 “다만 현재 생산 설비 시설을 구축 중이며 3분기부터 수억회분 물량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RNA 백신 기술이전되나…“단순 병입 과정이라 큰 의미 없어”=한편 이번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국내에서도 mRNA 백신에 대한 개발 능력이 높아질지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위탁생산을 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중 mRNA 백신은 없다. 앞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한국코러스와 휴온스 컨소시엄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한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처럼 mRNA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mRNA 백신 위탁생산이 국내 기업의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바이오벤처 셀리드의 강창율 대표(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원액을 포장하는 '병입' 단계를 맡은 것에 대해 “단순히 원재료를 병에 담는 것인지, 앞 단계에서 특별한 기술을 이용해 포장할지는 공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백신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다른 기업이 모더나와 같은 mRNA 백신을 개발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여할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특허가 300여개인데 삼바의 역할이 단순 패키징 단계라면 백신 생산에 핵심인 원료 생산이 빠지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할만한 기술이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모더나가 지난 해 스위스 론자와 10년 장기 계약으로 백신 원액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에 비해 이번 위탁생산은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수급도 빨라질까…“구체적 물량 확답 못받아 안타까워”=또 이번 위탁생산 계약으로 인해 국내 백신 수급도 당초 계획보다 빨라질지 관심이 높다.
우리 정부는 모더나사와 백신 4000만회분(2000만명분) 구매 계약을 한 상태로 당시 계약상으로는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공급받게 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 생산기지가 마련됨에 따라 향후 국내 생산분을 국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가 이뤄진다면 4000만회분의 공급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강 대표는 “한국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을 가져오는 것으로 요청한다면 국내 도입 속도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 모더나 백신을 빨리 배정하거나 많이 배정할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유통 효율적인 측면에서 국내 생산분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한국군 장병 55만명이 접종할 백신을 제공받기로 했다.
다만 이번 한미 파트너십이 당장의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해주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결국 우리가 급한건 하반기 도입 물량을 최대한 앞당겨 가져오는 것인데 삼바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은 미국 이외 국가에 공급되지 국내에 공급된다는 내용이 없다”며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물량 확답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