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상품 불완전 판매 가능성

금융산업 ‘은행권 쏠림’ 우려도

최근 은행권에서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자 금융투자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고 금융산업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투자일임권 진출을 요구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우려감이 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진출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며 이자 수익이 감소된 데다 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위탁 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금융업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선 증권사와 보험사, 운용, 자문사만 가능하다. 가능하다. 은행은 투자일임업은 할 수 없고 투자자문업만 허용돼 있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업계는 은행권의 투자일임권 진출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적금 등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은행 고객에게 원금 손실이 가능한 투자성 상품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유사한 피해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사례에서 은행이 불완전판매로 보상을 한 경우가 빈번하다는 주장이다.

투자 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만기 도래 적금 1건과 만기 미도래 적금 11건을 중도해지하게 하고 ,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은행 직원이 임의작성한 후 DLF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은행이 75%를 배상한 사례도 있다. 고객에게 기초자산인 미국과 영국의 CMS(이자율 스와프·Constant Maturity Swap)를 잘못 설명한 채 DLF를 판매했다가 65%를 배상해주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금융소비자법 제정, 은행에 대한 고난도 상품 판매규제 도입 등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 취지에 역행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은행권이 계열사나 자사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이 금융산업의 불균형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영업점과 직원 수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은행권이 은행업 이외 영역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 금융업 전반의 은행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투자일임업 시장은 자산규모 648조원에 업자 수는 463개사로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진출로 중소규모 일임업자들은 고사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시장 상황 또한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미국은 은행에 투자중개업이 허용돼있지만 사실상 증권사와의 계약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평가위원들이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금융위도 이에 발맞춰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박이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