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4.2%로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꼭 주식시장의 악재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 수요가 건실할 때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은 보수적 추정으로도 6%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에 가위 눌리는 이유는 자산시장의 저금리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경기 회복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초래될 금리 상승이 두려운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예외없이 금리 급등에 따른 조정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압박은 향후 3개월 정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의 경제활동이 거의 중단됐던 지난해 4~7월의 기저효과 때문에라도 향후 몇 달 동안 보게 될 물가지표는 매우 높게 나올 것이다. 다만 기저효과에 의한 물가 급등에 주식시장이 계속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경제가 구조적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지 여부는 3분기 말~ 4분기 초의 물가지표로 확인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일시적 급등 이후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게 파월의 입장이다.
반면 영국 ‘인구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을 쓴 찰스 굿하트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경고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은퇴자가 많아지면, ‘소비자 〉 생산자’의 상황이 초래돼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으로 신규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면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높아져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임금 상승은 경제 전반에 연쇄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진성 인플레이션의 전조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경제에 풀렸음에도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일본과 유럽 등에선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았다. 일본의 노동시장에선 고령자들이 정년 연장으로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희소한 노동력이 임금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일본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일본의 산업역군이었던 단카이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저출산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기대 여명의 증가에 따른 추가 소득의 필요성, 연금 시스템 유지를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한 정부의 의도, 기술 변화를 못 따라가는 교육 문제, 노동조합의 영향력 약화 등이 굿하트의 가설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압박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불안하게 나올 2분기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겠지만 시장의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가겠지만 그래도 대안은 주식이라는 생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