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생육신 外 250여명의 충신·희생자들
절경 청령포, 장릉 역사교육장, 어라연 명승 지정
젊은달 와이파크 청춘 문화놀이터, 김삿갓 유적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5월은 김영랑의 시(詩)를 빌자면, 보리의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나는 성장의 달, 암수 서로 정다운 꾀꼬리 한쌍이 ‘나 잡아봐라’ 쫓고 쫓기는 사랑의 달이다.
감사와 우정을 전하는 갖가지 날이 모여있는데, 17년전 건강가정기본법이 공포되고 가정의날의 정해진 달, 계절의 여왕이다. 5월의 여왕을 어머니라고도 한다.
5월의 왕은 누굴까. 단종이다. 5월은 태어난지 사흘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왕이 되기 전까지 가까운 사람을 모두 잃은 단종이 1452년 왕이 된 달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의 장남 문종이 사망한 달이다.
그리고 조선엔 정치 음모가 싹트고 그 후 100년 가까이 피바람이 분다. 바꿔 말하면 단종이 온전히 세종-문종 DNA로 불혹-지천명의 성군이 되었다면, 15~16세기 100년간 조선의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애달프다). 1453년 10월 영월에 쫓겨나 동-서-북이 물로, 남쪽이 절벽에 막힌 청령포에 갇힌 단종에게, 1458년 1월 사약을 전하고 돌아오던 금부도사 왕방연은 굽이치는 여울(청령포로 추정)의 언덕에서 복잡한 심경을 시로 읊는다.
사형집행자도 이랬는데, 다른 신하들은 오죽했으랴. 일부 역사가는 수양을 미화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사육신과 생육신 뿐 만이 아니었다. 영월 장릉의 장판옥에 적힌 충절의 200여명 뿐 만 아니라 수백명의 국가 리더들이 죽고, 수천명의 리더들은 낙향,은둔했으며, 수백만 백성이 단종을 추모했다. 곳곳에 있는 사칠신, 생칠신들에 대한 조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 기사 후미에 장판옥에 적힌 희생자 명단 있음〉
5월이 되면 단종 관련 인물의 후손들은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며 영월 하늘을 본다. 가문 단위로는 강진 월출산 백운동 원림과 정약용 수제자로 유명한 원주이씨 병사공파, 밀양박씨 장성의 정혜공파, 나주의 청재공파, 남평문씨 순평부원군파, 풍산홍씨 창애공파 사람들도 단종과의 의리를 지켜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거나 핍박을 당했다. 지금도 영월 장릉과 청령포엔 국민 순례객들이 추모, 힐링, 교육을 위해 찾아든다.
해남에서 자라 한양으로 진출, 세종~문종 때 이조판서 지낸 여주(여흥) 본관의 민신 6부자는 단종을 보호하다 참살 당했다. 옥천(지금의 순창)을 본관으로 하는 조숭문은 단종 복위 운동을 벌이다가 순절했고, 아들 조철산도 따라죽었다.
순천 출신으로 성삼문-하위지와 등과-임관 동기인 경주 본관의 정지년은 단종 폐위 직후 은둔해 절의와 도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생육신 다음 망칠옹’이라 했다.
이제 영월은 단종의 슬픔을 역사 교육장으로 바꾸고 여행 온 국민들을 위해 예술, 생태관광 등 기반을 마련해두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한반도면의 한반도 지형은 전국 지자체들이 S라인 휘감아도는 물줄기를 관광자원화하는 ‘한반도 지형 마케팅’ 열풍을 몰고 왔다. 그만그만한 지형 중 옥천의 한반도 ‘반대’ 지형은 영월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붉은 대나무숲 입구로 유명한 젊은달 와이파크는 전국 청춘남녀의 핫플레이스다. 최근 검은 목탄으로 빛과 희망을 그려낸 작품 전시로 주목받았다.
영월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릉, 영월5일장, 선돌, 별마로천문대, 김삿갓 유적, 국가지정 명승 동강계곡 어라연, 섭다리, 탄광문화의 계승자 화석박물관, 다른 지자체에서 구경하기 힘든 종교미술박물관이 있다.
어라연 물은 가히 특급수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 수달, 황조롱이, 원앙 등이 집단서식한다.
장릉(莊陵)은 비정한 수양이 동강에 버린 단종 시신을 영월 지역 유지 엄흥도가 몰래 수습해 동을지산 암장했다가 300여년후 군호 회복, 대군 인정, 왕인 ‘단종’으로 명예회복되기까지 수차례 확장됐지만 여전히 다른 왕릉에 비해 소박하다.
단종 부인 정순왕후의 사릉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데, 몇몇 나무들은 영월을 향해 기울었다는 입담도 들린다. 사릉의 나무는 영월 장릉으로, 장릉의 소나무는 사릉으로 옮겨 심어 죽어서라도 만날수 있게 했다고 한다.
죗값을 받았을까. 단종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을 파헤쳐 물가에 아무렇게나 묻은 수양은 아들들이 줄줄이 요절하는 비운에 시달리고, 왕실엔 손자 성종, 증손자 연산군, 중종 반정, 연쇄 사화, 인종 요절까지 피바람이 분다. 왕이던 조카와 선대 왕비이던 형수 시신을 물가에 버리는 짓은 청개구리도 울고 갈, 참 못된 짓이다.
영월 서부시장에서 각종 토속 전, 부침,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등으로 속을 채운 뒤, 고씨굴에 가면 4억년 전 시간여행을 하고, 영월 남부, 충북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김삿갓(본명:김병연)유적지에서는 의외로 두툼한 그의 문학관과 철학을 엿본다.
물푸레나무 기둥, 통나무판, 소나무-참나무가지, 진흙으로 튼튼하게 놓았다가, 홍수철 만 되면 철거하는 분해조립형 섶다리에서는 영월 농민들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
할아버지 세종을 그토록 좋아했던 단종이 조선의 왕으로 취임한 5월,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계유정난을 미리 막고 그가 백성을 사랑하는 중년의 성군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그동안 몰랐다가 강원도(영월) 대척점에 있는 남도의 선비들이 지켜낸 단종과의 의리가 새로이 조명받고 있어 신선하다. 이 참에 남한에서 가장 먼 두 지역 간의 우정이 커지길 기대해본다.
▶장릉 장판옥에 적힌 단종폐위 반대, 복위운동 관련해 희생당한 고관 일가 명단= ▷평안도 관찰사 조수량 ▷충청도 관찰사 안완경 ▷경성부사 이경유 ▷진무 원구 ▷집현전 교리 이현로 ▷군기감 판사 윤처공 ▷선공감 부정 이명민 ▷안악 군사 황의헌 ▷고양 현감 고덕칭 ▷장신(將臣) 송석동 ▷형조 정랑 윤영손 ▷이조 좌랑 심신 ▷안평대군의 아들인 의춘군 이우직, 덕양군 이우량 ▷김종서의 아들 김승규, 김승벽, 김목호, 김석호, 김승규의 아들 김조동, 김수동 ▷영의정 황보인의 아들 황보석, 황보흠, 황보석의 아들 황보가마, 황보경근 ▷이조 판서 민신의 아들 민보창, 민보해, 민보석, 민보흥, 민석이 ▷병조판서 조극관의 사촌동생 조번, 조번의 아들 조계동, 조귀동 ▷이경유의 아들인 이물금, 이수동, 이한산, 이현로의 아들인 이건금, 이건옥, 이건철, 윤처공의 아들인 윤경, 윤위, 윤탁, 윤식, 윤개동, 윤효동, ▷정효강-정백지 부자 ▷정효강 동생 정효전의 아들 정원석 ▷권자신의 아들 권구지 ▷김문기의 아들 김현석 ▷성승의 아들 성삼문의 아우인 성삼빙, 성삼고, 성삼성 ▷성삼문의 아들 성맹첨, 성맹평, 성맹종, 성헌, 성택 ▷성승의 매부 조숭문 ▷조숭문의 아들 조철산 ▷박쟁의 아들 박숭문 ▷계남, 칙동 ▷박중림의 아들이자 박팽년의 형제인 박인년, 박기년, 박대년, 박영년 ▷박팽년의 아들 박헌, 박순, 박분 ▷점동 ▷언동 ▷피녹대 ▷흔산 ▷박중림의 사위 봉여해, 봉여해의 숙부 봉축 ▷이개의 사촌 동생 이유기, 은산 ▷이개의 아들 이공회 ▷하위지의 아우 하기지와 하소지, 하위지의 아들 하호 ▷유성원의 아들 유귀련과 유송련 ▷유응부의 아들 유사수 ▷허조의 아들 허연령(김문기의 사위)과 허구령 ▷송석동의 아들 송창, 송녕, 송안, 송태산 ▷오을미 ▷절제사 지정 조석강 ▷목사 박이녕 ▷현감 박하 ▷하석 ▷양옥 ▷이차 ▷안막동 ▷최로 ▷김정, 김정의 아들 김개니동 ▷김말생, 김말생의 아들 김책, 김호, 김상충, 김상충의 아들 김득천, 김복천 ▷이석정 ▷조완규 ▷조순생 ▷불련 ▷조유례 ▷성문치 ▷이예숭 ▷김옥겸 ▷최영손 ▷허축(허조의 6촌형제) ▷홍구성 ▷홍옥봉 ▷홍적 ▷이문 ▷진유번 ▷최자척 ▷신맹지, 신맹지의 아우 신중지, 신근지, 신경지 ▷별시위 이정상, 이의영, 이의영의 아우 이말생 ▷녹사 이지영(유응부의 사위) ▷이사이 ▷최득지, 최치지, 최치지의 아들 최윤석, 최계동, 최막동, 최석동, 최철동, 최철산 ▷조청로, 조청로의 아들 조영서 ▷황선보 ▷권서(권전 조카), 권저 ▷최사우 ▷이호 ▷성손 ▷무손 ▷김감, 김감의 아들 김한지, 김선지 ▷정관 ▷장귀남 ▷장충 ▷최면 ▷최시창 ▷심상좌 ▷김구지 ▷관찰사 유귀산, 유귀산의 아우 유오산 ▷학생 심희괄, 박수명 ▷김죽 ▷김신례 ▷유세 ▷강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