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박근혜 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인 ‘가계부담 절감을 통한 내수 활성화’가 공염불이 돼가고 있다.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주거비와 사교육비, 통신비 등 핵심 비용들은 되레 치솟거나 떨어지지 않아 가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1.2% 오르는 동안 학원비(고등학생)는 3.5% 상승했다.

가계의 부담이 가장 큰 집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올랐다. 특히 전세는 3%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일 내놓은 ‘10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 전국의 전세금이 지난해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22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KB국민은행이 4일 발표한 부동산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341만원으로 지난해 10월(2억8675만원)보다 2666만원(9.3%) 상승했다. 2012년 10월(2억6752만원)과 비교하면 4986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통신비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 가계의 부담을 무겁게 하고 있다. 통신부문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0.3%)부터 올해 3월(-0.2%)까지 내림세를 보이다가 4월에 0.2%로 오른 뒤 10월까지 0%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주거비와 사교육비, 통신비 상승폭이 꺾이지 않으면서 가계 부담을 줄여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헛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지난해 기준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매년 1조원씩 줄여나간다고 했으나 지금까지변변한 세부 실행계획 하나 내놓은 게 없다.

휴대폰 요금 인하를 위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소비자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제한하면서 되레 휴대폰 가격만 높였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활성화 대책 역시 전세가만 올리는 형국이 돼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3.2% 줄어들며 지난 2011년 2월 5.6% 감소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백화점(-9.4%)과 대형마트(-7.2%), 슈퍼마켓(-6.6%) 모두 전월대비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 부담을 줄여 소비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 심리가 저하되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격이나 교육비 등의 급등이 소비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서민들의 생활을 좌우하는 물가 품목 가격을 안정시켜야 가계의 소비여력을 키워 소비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