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유럽도 인텔·TSMC 불러
자국 공급망 참여 노골적인 요구
국내 車업계 내달 ‘반도체 보릿고개’
지역별 공장가동 중단 가능성 우려
美투자 결정 앞둔 삼성 고민 깊어져
李부회장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절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촉발된 글로벌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반도체 패권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각국 주요 반도체 기업을 직접 불러 자국 공급망 참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산업계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의 고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총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통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역할론’까지 제기된다.
27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의 티에리 브르통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30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직접 회담을 갖고 반도체 수급 상황과 투자 유치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브르통 위원은 같은 날 마리아 마르세드 TSMC 유럽 총괄 담당과도 화상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인텔과 TSMC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중요 기업으로 꼽힌다. EC는 지난달 ‘2030 디지털 캠퍼스’ 계획 발표에서 “오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입해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전세계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현지시간) ‘글로벌 화상 반도체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기업들에게 자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달 5일 ‘제14차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7대 중점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를 선정한 바 있다.
이처럼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쇼티지 상황은 내후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보릿고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타격을 입은 한국GM은 내달 1일부터 창원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인다.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며 생산량을 조절해 왔지만 결국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부평1·2공장에 대한 휴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달 초 본사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역시 다음달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지역별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젼해졌다.
미국 투자 등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국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주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파견할 직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정전 이후 복구 작업을 위한 세부 마무리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께 오스틴 공장이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현지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이 10년, 20년 뒤의 일까지 내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총수 공백 상황에서) 삼성이 의사 결정을 앞당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양대근·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