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바사삭) 여러분, ‘뿌링클’ 먹는 소리 들리세요? 당장 상품권 구입하세요!”
영상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게 홈쇼핑만의 전유물이란 건 옛말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어디서든 ‘라이브커머스 방송(이하 라방)’을 시청한다. 통로는 대형 포털만이 아니다. 배달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인 방송 플랫폼도 앞다퉈 라방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비대면 확산의 물결과 신사업 발굴이라는 IT기업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고정 이용자 수와 결제 시스템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라방’은 잠재력이 무한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90분 만에 치킨 1억4000만원어치 판매…‘라방’의 힘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라방 서비스 ‘배민쇼핑라이브’를 출시했다.
효과는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BHC치킨의 경우, 90분간 약 1억4000만원 상당의 치킨상품권을 팔았다. 틀을 깬 마케팅 형식도 한몫했다. 음식 먹는 ASMR로 유명한 BJ(1인 방송 진행자)가 출연해 치킨 메뉴를 소개하고 먹으면서 ‘먹방(먹는 방송)’과 마케팅을 결합했다. 방송을 통해 구매한 상품권으로 치킨을 시킨 고객과 화상통화를 연결, 쌍방향 실시간 후기를 보여준 것도 독특했다.
라방 열풍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첫 스타트를 알린 건 대표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 기능 ‘셀렉티브’를 론칭, 같은 해 7월 ‘쇼핑라이브’를 정식 출범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조회 수는 1억7000만회다.
카카오도 바로 뒤따랐다. 지난해 5월 ‘카카오쇼핑라이브’ 시범 서비스를 오픈, 같은 해 10월 정식 출시했다. 누적 조회 수는 3000만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노출 빈도를 늘리고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인터넷방송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원조 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는 지난해부터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BJ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BJ 개개인이 커머스 채널숍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보다 앞서 ‘라방’의 가능성을 엿본 해외 플랫폼도 국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연내 국내에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를 위해 틱톡 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틱톡은 이미 중국에서 ‘더우인’을 통해 라방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더우인에서는 지난 2월 배우 유덕화가 80여분 동안 약 5000만위안(약 86억원)의 수익을 올려 화제가 됐다. 해당 라방의 누적 시청자 수는 3200만명으로 플랫폼 사상 최고치였다.
이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도 실시간 소통 기능을 활용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4000억→10조원…라방의 ‘무한 경제학’
유통사업자가 아닌 IT기업이 라방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한한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라이브커머스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2조8000억원까지 성장한 뒤 오는 2023년에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의 소비 특성이 ‘폰쇼핑’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MZ세대는 PC나 TV가 아닌 모바일을 이용해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단순한 일방적 소비가 아니라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간접 경험을 중시한다.
향후 주고객층의 소비 패턴과 성향이 다양한 시도를 꾀할 수 있는 ‘라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에 IT업계는 라방을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이용자 수와 관련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도 IT기업에 유리하다.
라방에서는 한정된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다. 홍보를 위해 특정 앱이나 홈페이지로 이용자들을 유인해야 하는 각각의 유통사업자와 달리, 플랫폼업체는 이미 고정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품 비교부터 결제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해 편리성도 높다. 기존 광고 등에 한정돼 있던 매출 유형을 다각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