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당사자 아닌 제3자 고발로 기소 가능
헌재,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
채널A사건 허위사실 유포 최강욱, 재판 그대로 받게 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한 죄를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재판도 차질없이 열릴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위반죄로 고발당한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의견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친고죄로 바꾸면 보복이나 평판 두려워 고소하지 못하게 될 우려”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지만, 반의사불벌죄는 일단 제3자 고발이 가능하고, 추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하면 형을 면한다.
헌재는 “어떤 범죄를 친고죄로 하거나 반의사불벌죄로 정할 것인지는 공동체의 역사와 시대적 상황, 범죄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할 수 있는 문제로, 입법부에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될 것이어서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는 친고죄냐 아니냐에 따라 기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것은 친고죄의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반사적 이익일 뿐, 권리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채널A 사건 허위사실 유포한 최강욱…기소 근거 그대로 유지
애초 이번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처벌 여부와도 이어질 수 있었다. 형벌 규정은 위헌 결정을 받으면 소급효가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 역시 시민단체에서 고발을 하면서 기소됐기 때문이다. 만약 위헌 결정이 나면 선고한 날 바로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해 최 의원 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헌재가 명예훼손에 대해 제3자 고발도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최 대표 재판은 절차대로 열릴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에서 ‘친고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착수하거나 제3자의 고발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 등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의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고발로 재판을 받는 최 대표가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단 점에서 ‘셀프구제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 의원은 지난해 4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허위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최 의원은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전한 것처럼 기재했다. 하지만 채널A 기자가 실제 보낸 편지나 녹취록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최 의원이 작성한 이 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고, 검찰을 비판하는 2차 창작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