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도입-박근혜 대통령 첫 임명 적용
‘추천 1호’ 채동욱 정권과 대립하다 결국 퇴진
위원 선정부터 장관 입김 작용, 독립성 유지 어려워
3배수 추천해도 청와대 의중 실린 1명만 추리면 사실상 형해화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2012년에 제정된 대통령령을 근거로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지만, 2012년 10월 15일부터 시행돼 첫 적용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인 같은해 2월이었다. 하지만 첫 회의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인선이 이뤄지면서 추천위 절차는 의미가 퇴색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정’은 총장추천위 심사 대상을 법무부장관이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장관은 추천위 운영에 필요한 세칙을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에 출석하거나 그밖의 방법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위원장 궐위시 직무대행자를 정할 수 있다.
추천위가 처음 열린 2013년 2월에는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운영됐다. 당시 위원회는 김진태 대검 차장과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후보로 추천했다. 정권교체기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실질적인 선택권을 이명박 대통령이 갖느냐, 박근혜 당선인이 갖느냐 논의도 이어졌다. 결국 박근혜 당선인이 채동욱 고검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대선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은 전담 팀을 꾸려 이 사건을 수사했다. 법무부는 핵심 피의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선거개입 혐의가 공식화되면 정권 초기부터 정당성에 흠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갈등 끝에 혼외자 파문을 거쳐 채동욱 총장이 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 수사팀장으로 좌천인사를 겪던 윤석열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총장에, 부팀장 박형철 부장검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발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총장후보추천위 의사를 존중했다가 검찰과 대립했던 경험은 위원회 운영 형식화로 이어졌다. 추천위 위원 9명 중 당연직 5명을 제외한 4명을 법무부 의중을 따를 수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위원장과 인사검증에 가장 많은 정보를 쥔 검찰국장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 29일 열린 총장추천위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상기 씨라는 점도 이같은 맥락이다. 검증은 청와대에서 하지만, 추천위원용 인사 자료는 프로필을 기재해놓는 정도로 정리하는 식이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김수남 총장이 이런 방식이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 문무일 총장과 윤석열 총장을 임명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총장후보 추천위원회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천위가 독립적인 논의를 거쳐 인사를 올리더라도, 법무부 입김이 작용하는 4명의 위원이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한명을 올리고 장관이 선택을 하는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