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참패 수습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가상화폐 등 정책 방향 수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내-당정 간 이견이 잇따라 노출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 방향을 놓고 이견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다른 문제도 아닌 부동산, 가상화폐 등은 집권여당의 말 한 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커진 세금 부담을 낮춰 내년 대선 표심을 겨냥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이 나왔고,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부동산 실수요자 규제를 완화하는 논의도 당정 간 공감대를 이뤘다. 그동안 강하게 조여왔던 ‘수요 억제책’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하고 풀어서 성난 민심을 달래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곧바로 “지금은 세 부담 완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대 목소리가 당 내에서 터져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 정책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전도돼 있다”고 지적했고, 박주민 의원은 “무분별한 세금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는 수요 확대 정책이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당내 ‘부동산특위’로 논의를 일원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특위에서도 혼선은 이어졌다.
특위 위원인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는데, 바로 이튿날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특위 첫 회의에서 “(세제 논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과 주택금융, 주택 세제 등 주거복지 관련 현안을 모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설명으로 전날 최 수석대변인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됐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 수석대변인이) 임기가 다 돼가니까 대변(代辯)을 안 하고 본변(本辯)을 하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가상자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정, 제도화에 대한 당 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 당국과는 달리 가상화폐 투자 소득에 과세를 유예해주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교한 논의를 거친 발언보다는 20·30대의 성난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발언이 나오면서 당정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시장에 노출되는 양상이다. 당내에서 부동산, 가상화폐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수록 당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건강한 토론은 필요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문제의 경우 수면 아래에서 숙고를 거친 뒤 ‘원보이스’로 나와야 한다. 말 한 마디에 민심이 요동치는 시장과 정책을 안정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174석을 가진 거대 집권여당의 책임감 있는 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