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계화, 지난 35년 경제성장 견인
최근 중국 등 노동인구 감소. 인플레이션 압력
부양인구 돌봄 서비스로, 노동력 감소 부추겨
세율인상 불가피,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 작용
단기예측에 정책 초점, 인구변동 흐름 놓쳐
기술력 향상 등 대체 한계…완충장치 갖춰야
경제학자와 금융가들의 인플레이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채와 유동성을 주요인으로 꼽지만, 세계적인 거시 금융학자 찰스 굿하트는 인구변동과 세계화라는 두 변수에 초점을 맞춘다.
이 두 요인은 지난 35년간 예외적인 디플레이션을 만들어냈지만 앞으로 35년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란 주장이다.
굿하트는 마노즈 프라단과의 공저, ‘인구대역전’(생각의힘)에서, 지난 30년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 불평등의 경로를 규정해온 세계화와 인구변동이 역전돼 어떤 양상을 불러올지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특별한 시기로 기록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노동공급과 중국과 동유럽의 세계 무역 체제로의 재통합, 여성 고용 증가 등이 사상 최대의 긍정적 노동공급 충격을 준 것이다.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경제 유효 노동 공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노동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져 비숙련 노동자의 실질임금 감소를 낳고, 내구성소비재의 가격을 끌어내 디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강했던 탓에 인플레이션은 지난 1990년대 이후 대부분 약 2%로 설정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수준이나 그보다 아래로 유지되어 왔다”. 중앙은행의 ‘운전능력’이 물가안정을 이룬 게 아니라 인구변동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산율 하락과 노동력 감소, 몇몇 나라의 경우 노동자 숫자의 절대적 감소, 은퇴자 증가 등 인구변동의 대역전이 시작됐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데는 몇가지 힘들이 상호작용한다. 내재하는 구조적인 추세와 인구변동, 세계화, 저축과 투자의 거시경제적 균형, 통화적 현상 등이다.
저자들이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노동자와 노인, 유소년 등 피부양자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점이다.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인플레이션적) 피부양자가 디플레이션적(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노동자를 넘어서는 것이다.
부양인구비는 선진경제에서 급격하게 상승중이며, 동아시아와 동유럽 일부 신흥시장경제에서는 더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일본과 독일에 이어 2010년 무렵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부양인구비가 저점에서 반등했으며, 한국이 뒤를 잇고 있다.
노년 인구의 증가는 치매를 비롯, 파킨슨병, 관절염, 복합만성질환 등 간병에 의존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돌봄서비스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자동화로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 더 많은 노동력이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노인돌봄에 투입되게 된다.
노년층의 의료비와 재정 지출 증가는 세율 인상으로 이어지고,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 상승을 요구, 인플레이션으로 작용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해온 실질이자율 역시 장기로 갈수록 상승한다. 그 근거로 순저축이 순투자보다 더 크게 감소할 것을 예상한다. 저축 감소 요인은 자녀를 갖는 연령이 높아지고, 자녀 독립시기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반적인 거시경제 분석에선 왜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을까? 저자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정책 토론의 대부분이 향후 2~3년의 전망에 치중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구변동과 세계화 영향 같은 느린 움직임은 단기 예측과 경기변동 예측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 결과, 단기예측의 실패와 함께 장기전망에서도 인구변동 등 변화 주도 요인을 너무 적게 반영함으로써 전체 그림을 그리는데 실패하고 만다.
한편에선 줄어드는 노동인구 감소를 기술발전으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장노년층의 노동참여율 상승,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인구변동을 상쇄할 만한 규모가 못된다고 잘라 말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는 대체 보다는 보완의 역할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노동 참여도 이미 64세까지 높아진 상태라 더 증가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 중국을 대체할 인도도 세계 경제를 끌어올릴 만한 저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부채의 함정도 문제다. 미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자율을 올림으로써 재정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정책금리를 급격하게 혹은 조기에 올리지 못한다. 정책금리를 올리려면 또 다른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경기침체는 모든 것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리와 유동성 과잉이 팽창적인 상태로 유지되면서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저자들은 성장을 통해 부채함정에서 벗어나는 게 용이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주식형태의 자금조달을 제안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공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로 반론도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노동력 감소가 10년간 이어졌는데도 임금이나 인플레이션, 실질 이자율 어느 하나도 상승하지 않은 까닭이다. 저자들은 일본이 노동력이 감소하는 동안 세계는 노동력이 넘쳐나 일본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생산을 돌림으로써 늘어난 해외노동력을 이용했음을 강조한다.
책은 지금껏 그닥 논의되지 않은 급격한 인구변동과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인구대역전/찰스 굿하트·마노즈 프라단 지음, 백우진 옮김/생각의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