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이자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마치 모래폭풍과도 같다. 세계 속에 비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습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다. 모하메드 왕자는 2017년에 왕세자로 책봉됐는데 이듬해에 전격적으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종교경찰의 축소를 시행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세계 10대 도시로 키우고 인구도 현재 750만명에서 20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지난 300년 동안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이 지출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7조2000억 미국달러, 우리 돈으로 800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지난해 GDP의 4.5배 규모다. 사우디 인구의 절반이 25세 미만이라고 하는데 왕세자는 가히 국민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악명 높은 비자 체계를 개편하고 여행비자를 신설했다. 그해 10월에 있었던 BTS 공연을 위한 조치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는 G20 의장국이었고 11월에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정상들이 방문하지 못해 국제적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5G 세계 속도 1위, 디지털혁신지수가 전 세계보다 두 단계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련의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 운전 허용 정책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 정책을 통해 순식간에 기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동차시장이 배로 커졌다. 2018년 하반기에 여성 운전이 첫 허용됐는데 우리나라의 2019년 자동차 수출은 14억달러로, 전년 대비 19% 늘었으며 이를 수반하는 자동차부품시장은 4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5% 커졌다. 더욱이 여성 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화장품·의류시장 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사우디 비전2030’과 관련해 관심을 둬야 할 또 다른 분야는 대형 토목사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동부지역에 아람코 등과 손을 잡고 킹살만 합작조선소를 건립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처럼 산업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선 관련 우리 중소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사우디판 디즈니’로 불리는 ‘키디아 프로젝트’에 5개 스타디움을 건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기가프로젝트라 불리는 네옴, 레드시, 아말라 프로젝트들도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들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올로 코엘류는 ‘연금술사’에서 사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국토의 95%가 사막으로 채워진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명문장이다. 폭풍이 잦아들고 모래가 걷히면서 어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지는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이승기 코트라 리야드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