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국내 인공지능(AI)기술 보급률이 세계 3위로 상승하였다는 반가운 보도가 있었다(헤럴드경제 2021년 3월 16일자 보도).
한국은 2020년 기준 AI기술 보급률 순위에서 인도,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해당 순위는 전문인력의 AI기술 보급률(AI skills penetration)을 의미하므로, 국내 기업의 AI기술 역량 및 보급률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 있는 IT 전문인력들이 창의적이고 전통적인 산업을 뒤흔들 파괴적인(disruptive)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와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해나간다면 국내 기업의 AI기술 역량 역시 곧 전 세계 최상위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한다.
현재 AI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가장 직접적인 제약은 데이터에 있다. 아직 AI기술 그 자체에 직접 적용되는 법적 제약은 많지 않다. AI기술에 대한 신뢰성·안정성 및 투명성 논의도 초기 단계다.
하지만 국내에서 AI기술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개발 단계에서부터 근본적인 제약과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는 AI 서비스 개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데이터의 접근 및 활용을 제한하는 법령들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되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는 임의적으로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다. 보건데이터나 금융데이터는 의료법, 신용정보법 등에 따라 그 활용 범위가 더욱 제한된다. 지식재산권이나 영업비밀로 보호를 받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주체와 권리자 또는 그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들이 AI기술 및 서비스의 발전에 제약이 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 법령 및 규제가 애초에 보호하고자 했던 개인적·공익적 법익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민감한 데이터로서 그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되거나 제3자에게 임의적으로 제공되어서는 안 되며, 의료정보나 신용정보는 더욱 그렇다. 창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저작물을 그 동의 없이 수집해 영리적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물의 재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인격적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쉽게 정당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AI기술 및 관련 산업발전이 ‘디지털 뉴딜’로서 우리 사회와 산업의 발전에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예상하고 이를 기대한다면,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데이터 보호 법령 및 규제의 프레임이 이러한 AI기술과 산업을 수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관련된 법익과 가치에 대한 더 근본적인 형량과 논의가 필요하다. 대량의 정제된 데이터를 통하여 AI기술을 학습시키고 개선하는 구조는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식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이고, 우리는 그 놀라운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이미 경험하고 있다. 전통적인 법과 제도의 프레임이 그 부분적인 개선이나 보완만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데이터는 AI산업의 쌀이자 원료다. 아무리 최신의 AI 알고리즘을 도입하더라도 양질의 학습데이터 없이는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데이터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