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 장애인 참정권 촉구 기자회견
“숫자·글씨로는 부족해…색깔·그림 등으로 다양한 정보 제공해야”
올해 법 개정돼 점자 공보물 양 2배 됐지만…“동등한 정보 제공되지 않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선거 날만 되면 괴롭습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열린 ‘장애인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피플퍼스트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장애인인권단체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에 맞춰 모인 자리였다.
문 대표가 선거 날 괴로운 것은 투표용지와 선거 공보물 등을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탓이다. 문 대표는 “투표 전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이 복잡하고 선거 당일 투표용지도 그림 없이 숫자와 글씨로만 돼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선거 당일 투표하러 가면 선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그냥 돌아가거나 아무 곳에나 찍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 공보물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이해하기 쉽게 변환해 제공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숫자와 글씨만 있는 투표용지는 글을 잘 모르거나 금방 잊는 발달장애인에게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며 “색깔, 그림 등으로 다양한 정보가 제공하는 투표용지로 더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역시 잘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표소 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용구가 배치돼 있지 않아 5분 넘게 기다리거나 투표 조력자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갈 수 없게 마구 데려가기도 하는 탓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각이나 신체의 장애로 투표하기 어려운 경우 조력자가 기표소 안에 함께 들어갈 있게 돼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받는 선거 공보물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 활동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점자 공보물에 매수 제한이 있어서 내용이 빠져 있었다”며 “올해 법이 개정돼 점자 공보물 양이 두 배로 늘었는데 과연 내용이 두 배 더 들어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문자 공보물에는 없는데 점자 공보물에만 장애인 공약이 적어 둔 공보물도 있었다”며 “동등한 정보 제공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견장에서 함께 발언한 배미영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법이 개정됐지만 임의조항이 많아 실제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특히 본 투표보다 사전투표 날 편의가 제공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걸 알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평등하고 공평하게 주어진 투표권이지만 행사하는 데 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에 관련 문제를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얘기를 외치고 있음에도 공직선거법은 여전히 제자리고 정당은 이익 위주로 판단해 장애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투표 지원으로 아무도 어려움 없이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땅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다음 선거에는 우리가 투표 과정에 문제 제기를 하는 회견장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각자 투표권을 행사하고 ‘인증샷’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