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지다원(28) 씨의 이야기
처음 알았다. 장사를 접으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한단 걸.
창업도 폐업도 모두 처음이었다. 지다원 씨는 지난 2019년 11월 서울 후암동에 카페를 열었고, 지난 2월에 영업을 종료했다. 남산공원 초입에 자리잡은 14평(46㎡)짜리 작은 공간이었다.
가게 문을 닫는데도 어림잡아 1000만원 가까이 썼다. 계약기간 만료까지 4개월치 임대료도 다달이 160만원씩 빠지고, 내부 설비를 원상복구 해놓는데 200만원을 들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게에서 쓰던 포스(POS)기, 폐쇄회로(CC)TV, 인터넷 설비를 해약해야 했다.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해서 내야하는 위약금을 다 따져보니 100만원에 달했다. 포스기와 CCTV는 위약금을 주고 해지했다. 인터넷은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바꿔서 여전히 돈만 낸다. 위약금이야 애초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지만 뼈아팠다. 주변에서 들었던 “빚내서 폐업한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겠다고 느꼈다.
멘탈관리
다원 씨는 2019년 여름 누구나 알만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바리스타로 입사했지만 두 달만에 관뒀다.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이 그 즈음 “후암동에 비어있는 가게 자리가 있다”고 일러주면서다. 맛있는 커피와 신선한 샌드위치를 차려내는 가게를 내겠다고 꿈꿨던 그에게 불현듯 찾아온 기회였다.
두 달 정도 영업을 준비했다. 주변의 큼지막한 오피스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수요에 기대를 걸었다. 다행히 그리던 그림이 펼쳐졌다. 문을 열고(11월) 한달쯤 지나자 직장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서는 점심시간마다 빈 자리가 없었다. ‘아, 이제 장사가 궤도에 오른건가’하는 기쁨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2월 마지막 주 금요일. 사람들이 거리에서 ‘증발’했다. 놀라서 1층으로 내려가 회사원 같은 행인을 붙잡고 물었더니 ‘재택근무 시작했다’고 알려줬다. 짧은 호시절이 끝났고, 긴 터널이 시작됐다. 커피 딱 2잔 팔아 매출 8000원을 찍은 날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이때 코로나가 터져서…. 초보 청년사장의 평정심은 빠르게 말라갔다.
“잘 안 풀리는 상황이 절정에 치닫고 있을 때 일기를 치열하게 썼어요. 두서없이 감사한 일들을 적어요. ‘사람들이 직장을 잃는데 난 그래도 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같이요. 그러면 ‘내 상황이 나쁘지 않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걸로 스스로를 현혹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공덕으로
그러면서 ‘살길’도 골똘했다. 사람들이 오질 않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야 했다. 그는 샌드위치와 음료 단체납품을 늘려보기로 했다. SNS를 통해 가게 이모저모를 홍보해오던 게 도움이 됐다. 샌드위치 식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한 뒤 배달하는 과정도 글로 정리해 올리곤 했는데, 그걸 보고서 문의전화가 들어왔다.
후암동에서 그는 주변 보험회사, 도서관, 공공기관 등 10곳 정도서 단체주문을 받았다. 마침 건물주는 ‘착한 임대인’ 캠페인에 동참해줬다. 작년 여름부터 6개월 동안 임대료를 30% 낮춰 받았다. 이래저래 다원씨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상황이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적자만 2000만원을 헤아릴 정도였다.
배달주문에서 길이 보이니, 새 공간도 고민하게 됐다. 테이블은 줄이고 조리공간을 확대한 형태의 매장을 떠올렸다. 후암동 매장은 너무 좁았다. 가게를 알바생에게 맡기고 틈틈이 새 가게 자리를 찾았다. 마포구 공덕에 준공 37년차 주상복합아파트 상가에 자리를 얻었다. 반경 3㎞ 안에 기업과 대단지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배달하기엔 최적의 입지였다.
작년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공덕 매장은 제조·납품·배달에 특화했다. 후암동 매장과 면적은 같지만 절반 이상을 조리공간으로 꾸몄다.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소량 주문을 받고, 동시에 주변 회사나 학교로부터 대량주문도 처리하고 있다. 홍익대에서 샌드위치 300개 주문을 받았던 날엔 이번달엔 살았다, 하고 생각했다.
다원 씨는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공덕은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후암동을 과감기 접기로 한 건 공덕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일상은 신선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내는데 온통 집중돼 있다. 그는 10년, 15년 뒤에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궁금하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이야기는 대개가 기승전결 구조다. 도전하고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하지만 그걸 극복해 끝내 성공한다. 누군가는 진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나 기승전결을 완성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업이) 쉽지 않다고 여기서 만약 포기하면 나중에 ‘그때가 위기였다’고도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 이후가 아예 없어져 버리니까요. 시간이 흘러서 지금을 돌아봤을 때 ‘잘 이겨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코로나는 처음이라
인생에서 코로나를 처음 겪은 이들을 어제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또 올해 기대하는 소망은 무엇일까요.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속으로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