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0억달러 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 배정

유럽, 시장 점유율 2030년까지 20% 목표

中,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속도

삼성·TSMC 잇단 악재 속 ‘기술력 강화’ 반격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인텔의 오코틸로 공장의 모습. [인텔 제공]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인텔의 오코틸로 공장의 모습. [인텔 제공]

“‘초격차 전략’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지만 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른 후속 주자들에게 쫓기는 입장에 있는 건 사실이다.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강화해서 ‘한국은 넘사벽이다’, 이렇게 여길 정도까지 가야 안심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았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시계제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천문학적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등 돌발악재도 속출하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도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 반도체 패권경쟁 참전한 미·중·유럽= 2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총 2조3000억 달러(약 2604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가운데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배정했다. 이를 통해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이 재원으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반도체 산업 점유율을 빼앗겨왔다.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37%에서 현재 12%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아시아 편중 현상을 풀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독일·프랑스·네덜란드가 힘을 합해 최대 500억 유로(약 6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도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위해 투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두투자’ 한국·대만 잇단 악재 속 반격 나서 “기술력 강화 핵심”= 각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선두주자인 한국과 대만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하면서 ‘패권 굳히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대만 TSMC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향후 3년 간 총 1000억 달러(약 112조7600억원)를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두고 오스틴 당국과 세제 혜택 등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각국의 투자 경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재해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만 북부 신주(新竹) 과학단지내 TSMC 12공장에서 불이나 정전사태가 이어졌다. 불이 난 곳은 TSMC의 연구개발 및 시험 양산 공장으로 파악됐다.

TSMC 측은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12공장의 완전 가동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은 현재 심각한 물부족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만 정부는 수십 년래 최악의 가뭄을 6년 만에 물 부족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 지난 2월 북극발 한파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말부터 재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제조업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를 한다고 해도 결과물은 2년이나 3년 후에 나오기 시작한다”면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우선 메모리반도체 1위 지위를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고, 미세공정·적층화 등 우리만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대근·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