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노앤 후 신약 명맥 끊겨 아쉬움
한미·유한·셀트리온, 2000억원 R&D투자
암흑기 지나 매달 1개꼴 출시...갈증 해소
준비단계부터 해외시장 겨냥 경쟁력 갖춰
2021년이 국산 신약 풍년의 해로 기록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동안 국산 신약이 배출되지 않던 암흑기를 거쳐 올 해에는 벌써 3개의 신약이 나왔다. 더구나 올 해 신약을 허가받은 유한양행,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은 업계 상위권에 있었지만 그동안 신약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까지 해소하게 됐다. 특히 올 해 허가된 신약들은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매월 1개씩 신약 허가...팬데믹이 오히려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게 해=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8일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를 국내 33번째 개발 신약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 중 40-70% 차지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여 감염에 취약해지는 희귀질환이다. 롤론티스는 골수를 자극해 호중구 생성을 촉진하는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수용체에 결합하여 호중구 생성을 촉진시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의약품으로 항암 화학요법을 받는 암 환자에서 발생하는 호중구감소증의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되는 약효 지속형 바이오신약”이라며 “한국에서 세계 첫 허가를 시작으로 미국 등에서도 허가를 획득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한국의 첫 번째 바이오신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31번째 신약으로 허가됐다. 렉라자는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T790M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3세대 표적치료제로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이후 지난 2월에는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올 해에만 총 3개의 신약이 허가를 획득했는데 이는 월 평균 1건에 해당하는 성과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씨제이헬스케어(현 이노앤)의 ‘케이캡’ 이후 국산 신약의 명맥이 끊긴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는데 올 해에만 벌써 3개의 신약이 허가를 받았다”며 “지난 해 코로나라는 팬데믹으로 영업,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기업들이 신약 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한미·유한, 지난 해 R&D 투자액 1~3위=실제 올 해 신약을 개발한 기업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해 연구개발 투자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곳들이다. 지난 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현황을 보면 셀트리온이 3892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를 했다. 전년(3031억원)에 비해 28.4%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어서 한미약품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2261억원, 유한양행이 61% 증가한 2226억원으로 상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연구개발 투자비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이 3곳뿐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양적으로 뿐만아니라 질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비중이 매출액 대비 22%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높다.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 2014년 연구개발비가 5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매출액 대비 5.7%에 그쳤다. 하지만 2015년부터 차츰 연구개발 비중을 늘리더니 지난 해에는 매출 대비 13.7%에 해당하는 2226억원까지 늘렸다. 유한이 최근 6년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7240억원으로 이는 6년 전보다 4배 가량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셀트리온과 같이 원래부터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곳 뿐만아니라 연구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유한같은 전통 제약사도 연구개발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이 3곳은 그동안 국내 상위사지만 자체 개발 신약이 없었다는 결핍감이 있었을텐데 이번 허가로 그런 부분을 해소했다는데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염두...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한편 올 해 허가된 신약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서의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국내 개발 신약 중에는 시장성이 없어 제조사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신약이라는 상징성만 있을 뿐 매출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제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신약들은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의 경우 기존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폐암 발생이 많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렉라자와 같은 치료 옵션을 가진 경쟁 제품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정도 뿐이다.
렉키로나의 경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됐기에 팬데믹이라는 현 시점에서 가장 기대가 크다. 백신이 개발돼 접종되고 있지만 팬데믹 극복을 위해서는 치료제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롤론티스의 경우 호중구감소증이라는 것이 희귀질환에 속해 환자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경쟁 제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800억원대, 글로벌 시장은 3조원대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당연히 국내 시장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신약을 개발하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임상은 물론이고 현지 유통 파트너를 찾거나 해외 법인을 활용하는 등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신약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