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 시급
방역 허락하는 한 최대한의 등교수업
원격수업·대면수업 상호 보완적 운영
교사·교직원 백신 우선접종 확대 필요
기후변화·생태계 파괴 등 한계 드러나
세계시민성·지속가능성 가치수용 제안
자사고, 결국 ‘공교육 정상화’ 귀결될 것
학교공간 혁신·공립 특수학교 설립 보람
“등교수업이 부족해 발생한 학력격차 문제는 결국 등교 확대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미 벌어진 학력격차를 줄이려면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복지가 교육정책에서 더욱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조희연(65) 서울시교육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교가 계층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안전망임을 실감했다며, 등교수업 확대,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 교육복지의 중요성 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혁신교육 2.0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기반 융합교육을 다양한 과목에 접목시키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전환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교와 교사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 교육청과 교사, 학교가 함께 기초학력 등에 대한 좋은 정책들이 시너지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7월 서울시교육감에 취임한 뒤 2018년 7월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내년 6월이면 임기가 마무리된다. 서울시교육감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6년 여 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우리 교육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등교수업이 제한됐던 지난 1년은 학교의 소중한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교육 양극화 및 불평등은 감염병 유행을 계기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는 지식습득 뿐만 아니라 사회화, 급식, 돌봄 등 학생의 건강한 삶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미래’로 불리는 원격수업의 도입이다. 원격수업을 통해 교실에서 소극적이었던 학생이 교사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게 된 사례도 있다. 원격수업이 지닌 강점과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수업방식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학력격차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결국은 등교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 등교 확대를 통해 이미 벌어진 격차가 당장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줄이는 일도 시급하다.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수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복지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엔 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복지가 매우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다.
-학력격차와 함께 사회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 개선 방안이 있나?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경험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원격수업을 하는 학생들의 사회화 과정이 결핍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그래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쌍방향 소통 수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올해 학교 현장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이 초등학교 94%, 중학교 90%, 고등학교 80% 등으로 상당히 증가했다.
-신학기 등교가 시작돼 초1~2는 매일등교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학년들은 띄엄띄엄 등교로 여전히 학급 밀집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학급당 적정 학생수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비단 밀집도 완화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출생 시대에 온전한 인간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학급당 학생수 20명 시대’를 열고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교원 정원과 관련돼 있다. 교육 정책을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만 분석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의 질을 중요시하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가 개편되면서 등교수업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등교수업은 얼마나 확대되는 것인 바람직한가?
▶등교수업은 방역이 허락하는 한 최대로 확대되는 것이 좋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학교’가 코로나19의 절대적인 안전지대다. 신학기 개학 후 안전한 교실을 만드는 가장 적극적인 조치는 백신 접종이다. 올 2분기 보건교사 등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지만, 모든 학생의 등교수업 확대를 위해 백신 확보 여력이 된다면 나머지 교직원들에 대해서도 우선 접종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지난 18~19일 부산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주된 논의사항은?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로 인해 교육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생명 경시 등 인류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삶의 한계가 드러났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와 같은 전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평화, 세계시민성,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시 평화, 세계시민성, 지속가능성 총론 반영’ 안건이 가결돼 대정부 건의하기로 결정됐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계와 생태친화적인 삶을 향해 전환을 실천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후 처음 치러지는 2028년 대입제도는 어디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는 학생의 진로 희망과 적성에 따라 교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는데 있다. 따라서 2028년 대입은 학생의 선발 보다는 학생의 개별적인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학생부 위주 전형의 교과(내신)와 정시 수능의 절대평가가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입전형이 단순화돼야 하며, 수시 및 정시에서 고른기회전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특히 대입제도를 논의하기에 앞서 대학 서열화 구조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조희연 교육감은 자녀를 외고에 보내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흠결이 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이 자사고 폐지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혁을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저 같이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고교체제 개혁을 하게 됐다. 그렇지만 고교체제 개혁을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흠결이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혁신교육 1.0시대’를 지나 ‘혁신교육 2.0시대’를 맞았는데, 새롭게 강조되는 내용이 있다면?
▶혁신교육 2.0시대를 맞아 부족한 것은 기초학력, 기본학력 문제다. 조금 더 공교육의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데 좀 부족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전환교육과 인공지능 기반 융합교육을 다양한 과목들에 관철시켜야 한다는 점이 혁신교육 2.0시대에 새롭게 추가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한 측면은 지적 성장의 과정이고, 또 다른 측면은 사회적 인격 형성의 과정이다. 협소하게는 학력의 문제일 수 있고, 넓은 의미에서는 미래지향적 학력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
-서울시교육감 취임 후 6년 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 ‘꿈담 시리즈’라고 불리는 학교공간혁신 정책과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자랑하고 싶다.
꿈을 담은 학교는 더 이상 저희가 다니던 시절의 획일적인 직사각형 공간이 아니다. 꿈을 담은 학교 공간혁신은 요지부동의 교실 풍경을 흔들었고, 학교 공간을 21세기 교육에 적합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지난해 미래를 담은 학교로 발전시켜 노후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발전 방향을 마련했는데, 교육부에서 이를 그린스마트 스쿨, 뉴딜 사업으로 확대했다.
공립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설립해, 교육의 소외계층을 지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학교를 신설하거나 증축할 때 특수학급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를 가지지 못한 구가 8개나 남아 있다. 앞으로 남은 모든 자치구에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하려고 한다.
-내년 6월 임기가 마무리되는데,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난 6년 여 동안 해보니 교육청의 노력 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학교와 교사에게 더 많은 자율성(자발성)을 부여하고, 그 자율성에 기반해서 자율적 책무성이 담보되도록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교육청이 기초학력이나 기본학력, 넒은 의미에서 미래학력에 대해 좋은 정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 책무성이 확장되도록 해 이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교육복지’라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복지가 교육부, 교육청, 서울시, 자치구, 여가부 등 교육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가 다 달라 행정적 장벽으로 인해 통합적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여러 교육복지 행정부서들이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해, 필요한 학생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해 중복과 소외가 없도록 해야 한다. 올해 중1, 고1 입학생 가정에 교복이나 스마트기기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입학준비금을 처음 지원한 것도 ‘교육복지 통합지원’의 일환이다. 장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