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MU “232조 관세, 미국 기업·국민에 도움 안돼”

보수 씽크탱크 카토 연구소도 “법적 정당성 없다”

쿼터제로 수출 급감 철강업계 “터널 끝 보인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미국 산업계 내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수출 쿼터를 제한 받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통상 압력이 완화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3일 철강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금속제조및수요업체연합(CAMMU)는 최근 지나 라이몬도(Gina Raimondo) 신임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관세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무역협정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통상안보를 해친다고 대통령이 판단하면 직권으로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관세율 제한도 없다.

CAMMU는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금속을 사용하는 제조업체 3만여개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다.

CAMMU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자국 철강업계의 이익과 고용 창출을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했지만 미국 전체 경제로는 오히려 독(毒)이 됐다고 보고 232조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CAMMU는 서한에서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제조업체들은 더이상 원하는 철강재를 제때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철강재 납기는 12~16주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32조 관세로 촉발된 통상 갈등은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의 비용으로 전가됐다. 미국액션포럼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232조 관세와 이에 대한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미국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연간 46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증가되는 소비자 비용 역시 연간 570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이들은 "미국 철강업계가 관세 부과로 얻은 이득을 기술 개발 등 경쟁력 확보에 쓰기보다 범용 제품 설비 증설이나 공급량 조절을 통한 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폴 나던슨(Paul Nathanson) CAMMU 이사는 "232조 관세의 이익은 고작 14만17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철강업계에 집중된 반면, 부정적인 영향은 620만명 이상이 종사하는 수요산업 전체에 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선임 연구원 역시 최근 발표한 '보호주의냐 국가 안보냐? 232조의 사용과 남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린시컴 선임연구원은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대한 객관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아 대통령이 어떠한 것도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판단해 관세를 매길 수 있고 세부적인 절차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트 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무역구제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큰 시련을 겪었다. 한국은 25%의 고율 관세조치에서는 면제됐지만2015~2017년 간 평균수출량(383만톤)의 70%에 해당하는 쿼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 쿼터 제한으로 대미 수출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 2017년 약 37억 달러에 달했던 대미 철강재 수출 금액은 쿼터제가 본격적으로 부과된 2018년 32억7000만달러로 약 12% 줄어들더니 2019년 이후로는 30억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에 국내 경제계는 미국 정치권이나 기업들을 만날 때마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개정과 쿼터 철폐를 요구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 조치가 한미 경제 동맹을 위협한다고 강조하며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연초에도 미국 연방하원에 입성한 한국계 의원들에게 보낸 축하 서한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져 개정될 경우 쿼터제를 적용 받는 국내 철강업계 역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