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세계 최초, 유일의 문민 우위의 국가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인 출신인 김구철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박사)는 최근 저서 ‘선비문화를 찾아서 : 명가와 고택’(도서출판 오색필통)을 통해 조선이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500년 왕조를 유지한 비결은 선비 문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선비’라면 ‘딸깍발이’를 연상하던 기존의 소극적 선비 인식에서 벗어나, 선비 계급이 조선 왕조의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적극적 선비 인식을 제기한다. 조선의 무능한 국왕과 부패했던 훈척 세력은 권력을 다투느라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난을 불렀으며 국권을 넘겨줬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그러나 올곶고 유능한 선비들이 조선을 일으키고 위기를 극복하고 국권 수호에 앞장섰고 그래서 조선은 세계 최초의 문민 국가였다고 주장한다. 선비들이 왕실과 훈척에 맞서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고, 민생 수호와 국난 극복에 목숨을 던짐으로써 세계 최초의 문민 국가를 건설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전국의 유명한 고택을 돌며 건축미를 다루고 집안 내력을 소개한다. 저자는 고택이라는 하드웨어에 담긴 소프트웨어인 명가(名家), 그리고 선비문화에 주목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도 정작스토리에 무관심한 세태를 비웃는다.
‘여주 보통리 김영구 고택’이라고만 소개되던 고택이, ‘창녕 조씨 3대 판서댁’이었으며 그 후손이 독립운동가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힌 데서 보듯이 소프트웨어와 스토리에 주목한다.
이 책은 컨셉과 내용이 다른 고택 책과는 다르다. 기존의 고택 책들은 풍수나 건축, 집안 내력과 인물, 문학적 접근 등 단편적이고, 때로는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중환의 ‘택리지’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기본으로 풍수와 풍류, 자연과 인간, 고전적 인문학과 현대적 과학의 조화를 지향한다. 동서양의 철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저자의 높은 이상과 해박한 식견을, 두 발로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선비문화를 찾아서 : 명가와 고택’은 새롭게 쓴 한국 문화사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화려한 지식의 향연이며, 위기에 처한 ‘한국 국민에게 고함’이며, 세계 인류에 대해 당당하게 ‘한류 3.0의 시대’를 선언한다. 10여 년째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원장 겸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으로 일하는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쓴 장문의 추천사가 책머리를 장식한다. 저자가 촬영한 6000여 장의 사진 가운데 가려 실은 300장의 사진 덕분에 더욱 실감나게 읽히며 소장 가치도 높다.
권남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