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위증 여부 18일 혹은 19일 결론
대검 부장회의 ‘공정성’ 논란에 고검장들 참석시키기로
한명숙 수사검사 “후배 검사에 미안하다” 수사지휘 비판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검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번 주 내로 열리는 대검 부장회의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위증이 있었는지를 가리는데, 이 결론에 따라 당시 수사 검사들이 함께 기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은 18일 입장을 내고 “장관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하여 재심의 하도록 하고,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 등 조사 및 기록검토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 부장(검사장급)들 외에, 일선 고검장들도 함께 부장회의에 참여시키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 직무대행은 “대검 부장들만으로는 회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의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고검장들을 통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검 부장들 상당수가 이른바 ‘추미애 라인’이라는 검찰 안팎의 지적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장관이 지시한 수사 과정에서의 법무부와 대검 합동 감찰은 “비록 징계 시효가 지났으나, 적극 수용하여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징계 시효는 3년이지만, 비위가 적발될 경우 장관 차원의 주의나 경고 조치는 가능하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고 한 당사자는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재소자 김모 씨다. 김씨에게 모해위증죄가 적용된다면 공소시효는 3월22일 만료된다. 주말을 제외하면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시기는 18일과 19일 양일밖엔 없다. 관련 기록은 66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검 부장회의에서 김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결론낸다면 박 장관은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김씨를 기소하는 것으로 결정할 경우 한 전 총리 사건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을 포함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석시키는 것을 ‘지휘 불수용’으로 판단한다면 다시 대검과 법무부 간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그 사이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어 부담이 따른다.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양 검사는 뇌물사건 당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고, 검사로부터 회유를 당했다고 허위 폭로했던 경험을 전했다. 사기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재소자가, 뇌물을 공여했다고 진술했지만 막상 법정에 서자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양 검사는 “이 경험으로 그 후로는 재소자분들을 멀리하게 됐다”면서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재소자 조사를 직접 하지 않은 것을 놓고 후배 검사에게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적었다. 양 검사는 “(한 전 총리 재판)당시 최고실력의 형사변호인들의 몇 시간에 걸친 반대신문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유수의 언론사가 지켜보고 재판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도 ‘헌정사상 4번째 수사지휘 근거? 공정(公正인가) 아니면 공정(空正)인가?’라는 글을 올려 “장관께서는 대검 주무 연구관들, 감찰과장들의 집단지성보다 ‘임OO’검사의 의견이 더 공정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은 김씨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검 연구관 6명의 의견을 구했지만, 만장일치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은 이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승복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