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속 직접 미국 방문 성과

‘전략적 인내’ 보다 ‘햇볕정책’ 중요 설득

북미 협상 위해 연락사무소 설치 필요

日과 관계개선? 원칙 포기할 순 없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미·한일관계 등 우리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 현안과 재보궐선거 및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이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미·한일관계 등 우리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 현안과 재보궐선거 및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이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상섭 기자

대담 : 이형석 정치부장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막혔던 남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이 결렬된 이후 좀처럼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직접 북한과 미국이 만나 실무협상을 진행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남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주요 외교 현안은 코로나19 탓에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이에 송 위원장은 최근 이란 억류 한국인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이란 측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등 주요 국면마다 외회 외교에 나서왔다.

특히 이란과의 갈등 속에서 송 위원장은 직접 이란 대사와 선사를 오가며 대화를 이어갔고, 양국 간 협상의 물꼬가 트이며 일부 선원의 억류가 해제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외통위원장인 그로부터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를 직접 들어봤다. 아래는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제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은 지 10개월이 됐다. 그간의 활동을 자평해본다면.

▶주요 외교 현안마다 코로나19 탓에 제약이 많았다. 당장 주요국과의 외교 활동이 대부분 화상으로 이뤄졌다. 주요 동맹국을 직접 방문할 수 없다 보니 주로 화상통화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고, 대면 외교는 대사들과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외통위원장 임기를 시작하고 만난 주요국 대사만 34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미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성과였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직접 방문한 사례로는 유일한 것으로 안다. 당시 방문 때는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북정책을 논의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 오바마 정권 시절 추진했던 ‘전략적 인내’보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멈추자 핵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충분히 핵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현재 미국이 탈퇴한 이란과의 핵 합의(JCPOA)에 복귀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란 핵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를 지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는데, 미국이 합의에 복귀하고 북한에 신뢰를 주지 않고서는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싱가포르 합의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바람직한 협상 방향은 무엇이라 보시나.

▶형식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에 대한 불가침 협정을 어떤 순서로 진행하느냐이다. 결국 두 조건이 동시에 병행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북한이 영변 시설만 폐기한 뒤 다음 핵 포기 과정을 거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사전 협의를 통해 평양에 북미연락사무소를 만들었으면 한다.

스웨덴에서도 열렸지만, 북미 간 실무회담은 결국 평양에서 열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모든 걸 결정하기 때문에 북한 측 실무 대표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북한 측 협상단이 실시간으로 협상 상황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는 중요하다.

-한미 연합훈련이 남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터뷰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기 전 이뤄졌다)

▶어찌 됐든 한미 연합훈련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반환 받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반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기한을 설정하고 반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독자 훈련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군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지휘소 훈련이라도 진행해 한미 관계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지만, 남북미 관계를 푸는 조건은 한미 연합훈련이 아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위한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당장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과의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한미일 3각 협력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해 보이는데.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당장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면 해결된다. 이를 일본 정부가 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기만 하면 이미 마련된 10억엔의 기금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미국이 외교적 압력을 통해 한일 관계 회복을 모색했지만, 이제 우리는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미국이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리도 변해야 하겠지만, 먼저 굽힐 수는 없다. 결국은 일본이 변해야 할 문제다.

-주요국뿐만 아니라 최근 이란과의 갈등 상황에서 직접 나서 대화를 이끌었다. 성과도 있었지만, 최종 문제 해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과는 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화상으로 대화를 계속해왔다. 특히 한국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 대금 70억 달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우리 선박을 억류한 것은 혁명수비대의 독자 행동으로 보인다.

이란은 한국 제품을 많이 사고 한국 드라마도 즐겨보고 있다. 당장 ‘대장금’만 하더라도 현지 시청률이 90%에 달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친필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국회부의장이 사망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서 한국 내 동결자금이 풀리지 않으니 국민 정서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는 6월엔 이란 대통령 선거도 있다. 이에 편승해 혁명수비대가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대화를 통해 억류 상태였던 선원들이 체류 상태로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배를 놓고 갈 수 없어 현지에 남아 있다. 최종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보려 한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