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기 신도시 등 8곳 대상 전수조사 착수
서울 내 입지·서울시 등은 조사 대상서 제외
공공주도로 사업 추진될 곳 서울 내 ‘수두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는 서울 도심 내 주요 입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놨는데, 정작 조사 대상에 서울 입지만 쏙 빼놓은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의 신뢰성에 균열이 가면서 ‘공공주도’로 사업이 추진될 곳 역시 의심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4일 총리실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LH 직원의 광명·시흥 토지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토지매입이 사실로 파악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은 3기 신도시와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 8곳이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국토교통부(5000여명)와 LH(1만여명)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구입 여부를 내주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경기도·인천시 공무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을 비롯해 추가 동의서가 필요한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에 대한 조사도 벌인다.
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당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2·4 대책 등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정책은 서울 도심에 공공주도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때문에 서울 내 주요 사업지는 물론 서울시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넘어갈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공공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을 곳에 대해선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발본색원을 외쳐놓고 조사 대상을 최소로 해놓으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2·4 대책에서 LH 등이 주도하는 ‘공공 직접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우선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검토대상 사업지가 서울 내 222곳이 있다고 밝혔다. 선정 기준은 ▷노후·슬럼화 지역 ▷면적이 크고 소유구조가 단순해 사업여건이 우수한 지역 ▷신설사업을 통해 주거환경 및 사업성 개선, 주택공급 효과가 큰 구역 등으로 공간분석도 마쳤다는 설명도 더했다.
2·4 대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 매수자는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월4일 이후 주택을 매수한 지역이 어느 날 공공주도 정비사업 구역이 되면, 통상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받고 떠나야 한다. 누군가 222곳 중 유력한 사업지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면 현금청산 리스크를 피하고 공공주도의 빠른 사업 추진으로 새집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등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1차 후보지 8곳의 권리산정기준일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날인데, 이달 선정될 2차 후보지는 공모 공고일(지난해 9월 21일)이 권리산정기준일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양한 공공사업이 벌어질 서울 내 입지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LH 등 공공이 접근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그래야 정부가 의도한 공공의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원칙을 세우고 올바른 선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추가 조사 대상 및 지역은 조사결과 등 추진상황에 따라 조사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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