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처리·후임 총장인선 한달 이상 걸릴듯
대행체제 내달 재보궐 선거까지 유지 유력
여당 무리한 입법시도 지속 땐 ‘검란’ 재현
조기 대규모 인사…주요 수사팀 거취 주목
윤석열(61·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 수사권 박탈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과의 대립 국면이 잦아들지 주목된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이 무리하게 입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조남관(56·24기) 대검차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이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검은 5일부터 사실상 조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법적으로 윤 총장 의원면직 처리가 돼야 조 차장이 검찰청법상 직무대행을 맡지만, 사실상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힌 이상 큰 의미는 없다. 조 차장은 이날 법원행정처장 면담 등 예정된 총장 일정을 수행한다.
후임 총장 인선 시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조 차장을 비롯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 등이 일찌감치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꼽혀왔지만, 윤 총장이 임기만료가 아닌 중도 퇴진 카드를 꺼내면서 후임자 인선 논의가 갑자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을 총괄할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진국 전 감사위원으로 교체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
총장 직무대행 체제는 4월 재보궐 선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먼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검찰청법상 추천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추천위가 선정한 3명 이상의 후보 중에서 1명을 대통령에게 총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제청하고, 이후 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퇴임 때는 예정된 일정이었는데도 총창후보추천위 소집하고 실제 윤 총장이 임명하는 데까지 한 달 반 정도가 걸렸다.
일단 조남관 대검 차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여권의 입법 추진 움직임이 변수로 꼽힌다. 중대범죄수사청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구체화하고 실제 입법을 추진할 경우 검찰간부 줄사퇴와 집단성명 등 ‘검란’이 재현될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사퇴한 만큼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당이 무리하게 입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이 추진되지 않으면 검사들이 집단반발에 나설 명분을 삼기도 어렵다. 한 현직 검사장은 “어차피 여당은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느냐”며 당분간 집단반발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윤 총장 사퇴 여파는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윤 총장이 7월 임기를 마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인사는 8월께나 단행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 차기 총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4개월 정도 앞당겨질 수 밖에 없다. 박범계 장관 취임 이후 검찰 인사는 윤 총장 임기 만료 일정을 고려해 매우 제한적으로 단행됐다. 하지만 후임 총장이 임명된 직후에는 사법연수원 23기 고검장급 간부들 상당수가 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검사장 승진 인사와 함께 일선 차장과 부장급 간부들 상당수가 자리를 옮기는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이 맡은 주요 사건 수사팀을 자연스럽게 교체할 명분이 생긴다. 월성 원전 사건 등 여권을 겨냥한 수사는 사실상 시간 제약이 생겨 청와대를 향하지 못하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윤 총장 사퇴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는 여당의 입법에 맞서기 위해 ‘선택지가 없었다’는 반응이 대체적인 반면,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으로 뛰어들 것인지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중수청에 대해서는 현제 전국 검찰 의견을 수렴중이고 의견이 모아지면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해 뜻을 모아 반대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중수청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 그 때 사퇴해도 됐다”고 지적했다.
좌영길 기자
